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미국 뱅크런 사태가 소환한 비트코인

등록 2023-03-26 18:07수정 2023-09-21 17:09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들의 잇단 폐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들의 잇단 폐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5천억달러(약 650조원)를 웃돈다. 금, 은을 비롯한 상품과 애플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모두 모아 시가총액순으로 줄을 세우면 11위 정도 된다.

올해 초 개당 2천만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3700만원대까지 올랐다. 혹자는 ‘비트코인이 부활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지만 비트코인의 반등은 전세계 금융 상황과 맞물리면서 흥미를 끈다.

이달 들어 암호화폐(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미국 은행들이 연이어 문을 닫을 때만 해도 비트코인은 위험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지난 8일 암호화폐 전문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에프티엑스(FTX) 파산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실버게이트 은행이 문을 닫은 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으로 퍼져나갔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위기는 증시에서 은행주들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은행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10% 넘게 올랐다.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가계와 기업에서 비트코인 매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10월 영국 연기금 사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뱅크런에 따른 구제금융이 논의되는 시점에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은 경제위기와 함께 주목받았다. 2013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가 금융위기에 빠지자 불안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0달러대에서 1100달러대로 급등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가 있었던 2016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두배 넘게 올랐다.

애초 비트코인은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상에 등장했다. 2009년 1월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이 채굴한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에 당일 <더 타임스>가 보도한 주요 기사의 제목을 문구로 남겼다. “재무장관, 은행에 두번째 구제금융 임박”이라는 문구였다. 많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돈을 찍어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에 반발해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탄생한 일종의 ‘보험’으로 누구나 보유할 수 있다”며 “전통 금융과 달리 암호화폐는 실패의 단일점이 없다. 탈중앙화해 있고 투명하며 감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패의 단일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라는 개념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을 의미한다. 시스템 구성 요소 중에서 특정한 한 요소만 동작하지 않아도 전체 시스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블록체인은 실패의 단일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발행 주체도 없고 책임질 대상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차단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신뢰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신뢰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가격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가격의 오르내림에만 집착하다 보니 비트코인은 어느덧 투기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본질은 가치를 저장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다. 정부와 사람의 개입이 없이도 오로지 수학으로 짜인 알고리즘에 의해 가치를 저장할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자산의 보관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다. 이는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면서도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지점이다. 은행의 위기와 뱅크런 사태가 그런 비트코인을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가상자산 과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1.

가상자산 과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2.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상법개정 반대 ‘궤변’, 1400만 투자자가 바보인가 [아침햇발] 3.

상법개정 반대 ‘궤변’, 1400만 투자자가 바보인가 [아침햇발]

한 대표, ‘당게’ 논란 연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당당히 찬성해야 [사설] 4.

한 대표, ‘당게’ 논란 연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당당히 찬성해야 [사설]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헌법질서 훼손” 반발하는 감사원, 어이없다 [사설] 5.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헌법질서 훼손” 반발하는 감사원, 어이없다 [사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