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 | 더밀크코리아 대표
지난 4개월간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 레이스는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오픈에이아이(AI)가 개발한 챗지피티(GPT) 열풍이 전 산업계로 확산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지난해 11월 챗지피티 공개 후 4개월 만에 ‘지피티4’를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는 에이아이가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에 이어 두번째로 혁명적인 기술 발전이라고 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최근 인공지능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등장에 버금가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테크 공룡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에이아이 기술을 접목한 대화형 검색에서 협업솔루션, 오피스, 보안 제품까지 선보였다.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치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에이아이의 맹공에 구글도 대응하고 나섰다. 구글은 인공지능 챗봇 ‘바드’를 공개했다. 바드는 구글의 언어모델 람다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챗지피티처럼 질문과 답변 형식이다. 구글은 구글 독스, 지메일 등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도구에 에이아이 서비스를 적용할 참이다.
미국 혁신의 심장은 또다시 힘차게 뛰고 있다. 오픈에이아이 본사가 위치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인공지능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 에이아이 인재들이 이곳으로 모이며 ‘세리브럴 밸리’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세리브럴은 뇌를 뜻한다.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아직 미래를 전망하기엔 매우 이르다. 현재 에이아이 열풍은 틀렸을 수도 있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걸림돌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이 패러다임이 우리를 멀리 데려갈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엄청난 에이아이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에이아이 개발 경쟁이 무분별하게 진행돼 인류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미 비영리단체 ‘퓨처오브라이프 인스티튜트’는 지난달 29일 ‘대규모 에이아이 시스템’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시이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설립자, 에마드 모스타크 스태빌리티에이아이 시이오 등 기업가와 저명한 교수, 정치인 총 120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미 나온 지피티4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그 이상 버전의 알고리즘 훈련을 최소 6개월만 멈추자고 말한다. 잠시 멈추는 6개월 동안 에이아이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안전한 에이아이를 만드는 원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중단을 촉구한다고 과연 기업이 연구를 멈출까? 미국이 개발을 멈추고 안전책을 마련하면 다른 나라가 동참할까. 미국과 무역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특히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작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언제나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발전했다.
에이아이는 이미 우리와 공존하는 도구다. 에이아이가 다 한다고 인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에이아이 개발자들은 이 시대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샌드위치 워크플로’를 이야기한다. 샌드위치를 빵-패티-빵 단계로 본다면 인간의 명령어→패티 부분인 인공지능→인간의 최종적 작업으로 업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에이아이가 한 부분을 완성한다면, 최종 마무리는 인간이 해야 한다. 아무리 에이아이가 발전해도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에이아이 잠시 멈춤 공개서한에 참여하지 않은 에밀리 벤더 워싱턴대 교수는 “에이아이 위험과 폐해는 결코 ‘너무 강력한 에이아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권력의 집중, 억압 시스템의 재생산, 정보 생태계의 훼손, 에너지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훼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