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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양심까지 ‘일임’하진 맙시다 [유레카]

등록 2023-05-02 17:52수정 2023-05-03 02:36

‘주식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하는 것이다.’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주식투자를 처음 하는 주식 초보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조언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종목을 골라야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릴 수 있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종목을 장기간 보유해야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선 이런 상식을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서 문제가 된 ‘일임매매’도 그중 하나다.

일임매매는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고 알아서 주식을 매매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원래는 주식 수량과 종목, 매매 방법 등을 돈을 맡긴 전주가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회사에 통째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포괄적 일임매매’라고 하는데, 사고는 보통 여기서 많이 난다.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은근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모든 것을 위임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다. 또 특정 종목의 주가를 띄우는 데 일임매매가 악용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투자일임업자로 등록된 사업자만 일임매매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실에서는 잘 안 지켜진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도 일임업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은 삼천리·선광·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이 지난달 24일부터 에스지증권을 통해 매물로 쏟아져 나와 나흘 동안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불거졌다. 이 종목들은 뚜렷한 호재 없이 1~3년 새 주가가 꾸준히 올랐는데, 서로 짜고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매매’를 해온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뛰었지만, 금융당국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지난달 초 뒤늦게 제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에야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이미 주가조작 일당은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한 뒤였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투자업체 대표도, 그에게 투자를 일임한 연예인들도 각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이 난 잔고를 공개하면서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투자금을 맡긴 자산가들도 도덕적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주가조작에 실탄을 제공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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