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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버섯은 대체 가죽의 미래? [오철우의 과학풍경]

등록 2023-05-02 19:16수정 2023-05-03 10:22

음식과 약재에 쓰이는 버섯이 이제는 동물가죽과 합성가죽을 대체할 만한 친환경 재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미국 스타트업 마이코워크스가 만든 버섯가죽 원단, 오른쪽은 알래스카 원주민이 쓰던 버섯가죽의 벽걸이 주머니(1903년 제작). 마이코워크스(MycoWorks), 학술지 <균류학>(Mycologia) 제공
음식과 약재에 쓰이는 버섯이 이제는 동물가죽과 합성가죽을 대체할 만한 친환경 재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미국 스타트업 마이코워크스가 만든 버섯가죽 원단, 오른쪽은 알래스카 원주민이 쓰던 버섯가죽의 벽걸이 주머니(1903년 제작). 마이코워크스(MycoWorks), 학술지 <균류학>(Mycologia)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이른바 버섯가죽이 몇해 전부터 지속가능한 미래의 가죽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약한 버섯이 질긴 가죽을 정말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뿌리 부분을 이루는 균사체로 만드는 버섯가죽은 얽히고설킨 균사체의 성질 덕분에 가죽처럼 질긴데다 부드러운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아직 대량생산에 이르지 못했지만, 가죽으로 만든 지갑, 가방, 옷, 자동차 시트, 신발을 대체하는 시제품들이 잇따라 발표돼왔다.

요즘엔 버섯가죽이 국내에서도 개발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이어진다. 국내 스타트업 마이셀과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등이 버섯과 곰팡이 균사체를 배양해 지갑, 가방, 옷, 포장재를 만드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한다. 버섯가죽은 지속가능한 대체 가죽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아직은 고급 동물가죽 수준으로 비싼 가격을 더 낮추고 대중화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버섯가죽의 장점은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재료와 기술을 활용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에서 그대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순수 버섯 균사체를 햇빛, 습기, 온도를 조절해가며 영양액에서 2~3주가량 기르면 가는 실이 얽히고 뭉친 솜털 모양으로 부풀듯이 성장한다. 이것을 여러 모양으로 압착 가공하고 필요하면 염료를 넣어 소, 악어, 뱀 가죽의 촉감과 색상을 구현한다. 독성 화학물질을 쓰는 동물가죽이나 폴리우레탄(PU), 폴리염화비닐(PVC)을 쓰는 합성가죽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고, 다 쓴 뒤에는 생분해돼 퇴비로도 쓸 수 있어 비건 가죽, 친환경 가죽으로 통한다.

신통한 버섯 기술의 역사가 궁금해 자료를 찾다 보니, 흥미롭게도 버섯가죽은 연구실이 아니라 예술가 작업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지난해 12월14일치 기사를 보면, 2007년 실험적인 작품을 추구하던 아티스트 필립 로스는 영지버섯 균사체로 만든 독특한 질감의 재료로 작품을 만들다가 그 가치를 깨달은 주변인과 의기투합해 2013년 스타트업 마이코워크스를 창업했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찾는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볼트스레드 같은 후발 경쟁 기업도 여럿 생겨났다.

버섯가죽이 훨씬 일찍 존재했다는 얘기도 있다. 2021년 2월 학술지 <균류학>에 실린 논문을 보면,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오래전 숲의 버섯 균사체를 음식과 약재, 염료는 물론이고 가죽 같은 매트를 만드는 데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필립 로스를 인터뷰한 작가는 잡지 <알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기술은 이미 여기 자연에, 바로 우리 앞에 있고, 그저 재발견되고 복제되고 재구성되기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버섯가죽이 좋은 성공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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