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일부나 전부를 몰래 도용해 자신의 창작물처럼 발표하는 것을 뜻한다. 문학 작품, 학술논문 같은 글이나 미술 작품, 디자인 같은 시각물은 그나마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다(누가 했느냐에 따라 일부러 판단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형체가 없는 음악은 판단이 쉽지 않다. 표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 있어 더욱 그렇다. 예컨대 샘플링, 오마주, 레퍼런스 등이다.
샘플링은 힙합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초창기 힙합 디제이가 기존 음악을 잘라 붙인 반주 위에 래퍼가 랩을 하던 데서 비롯됐다. 퍼프 대디의 히트곡 ‘아일 비 미싱 유’(1997)가 대표적이다. 후렴에 영국 밴드 폴리스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를 샘플링해 넣었는데, 문제는 원작자 스팅의 허락 없이 했다는 점이다. 스팅의 문제 제기로 결국 저작권이 스팅에게 넘어갔다. 이처럼 샘플링에도 원작자 동의가 필수다.
프랑스어인 오마주는 존경하는 예술가 작품의 일부를 자신의 작품에 인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리샤오룽(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은 노란 트레이닝복을 <킬 빌>에 등장시킨 것처럼 영화에서 많이 쓰는데, 음악에서도 가사 일부를 넣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보통이다.
레퍼런스는 좀 더 논쟁적이다. 말 그대로 다른 작품을 참고한다는 뜻인데, 하늘 아래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없으니 기존 작품의 틀이나 분위기를 참고하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다. 광고주가 ○○ 광고 같은 분위기로 해달라고 의뢰하듯이 작곡을 의뢰할 때 레퍼런스 곡을 제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과도한 레퍼런스 의존이다. 기존 작품에서 너무 많은 요소를 가져오거나 독창적인 요소를 그대로 베끼면 이는 레퍼런스를 넘어 표절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최근 가수 아이유가 음원 표절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분홍신’, ‘좋은 날’, ‘삐삐’, ‘가여워’, ‘부’, ‘셀러브리티’ 등 6곡이 다른 노래를 표절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죄는 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다. 하지만 이번 고발인은 원저작권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다. 해당 곡을 만든 작곡가가 아니라 가수를 대상으로 한 것도 특이하다. 표절 여부야 법정에서 가릴 일이지만, 여러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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