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가 지난 15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기만ㅣ<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의원이 내놓은 해명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수십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투자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정확한 자금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 상당수는 사실로 밝혀졌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도중 가상자산을 거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은 “반성하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며 시인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믹스 코인’ 규모가 8억~9억원 사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김 의원은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블록체인상의 거래 내역은 빠짐없이 남았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대부분은 온체인 데이터(On-chain Data)를 기반으로 제기됐다. 온체인 데이터는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나는 거래 기록을 말한다. 특정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가상자산이 이동한 기록은 모두 온체인 데이터로 남는다. 그리고 이는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다. 특정인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될 수 없다.
김 의원의 주요 거래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졌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가 2019년 6월 출시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클레이튼스코프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든지 클레이튼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지갑 주소를 검색하면 관련된 거래 내역이 모두 나온다. 수천개에 달하는 김 의원의 거래 내역도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온체인 데이터에 남아 있어 확인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의 지갑 주소는 어떻게 특정될 수 있었을까. 김 의원이 지난 8일 내놓은 입장문이 단서가 됐다. 김 의원은 자신의 가상자산 거래소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면서 클립 지갑을 캡처한 파일도 함께 공개했다. 클립은 클레이튼 기반의 가상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지갑이다.
김 의원은 클립 지갑의 주소는 가리고 공개했지만 클립 가입 일자와 보유 자산의 금액 등은 가리지 않았다.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이를 기반으로 역추적해 김 의원의 지갑 주소를 특정했다. 하나의 지갑이 특정되자 관련한 거래 내역이 줄줄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김 의원이 지난해 1월 위믹스 42만여개를 빗썸에서 클립 지갑으로 이체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온체인 데이터만으로 추정한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액은 최대 100억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 기준이다. 김 의원은 클레이페이(KP) 같은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토큰에도 수십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온체인 데이터가 모든 진실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거래 내역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행위는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때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거친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거래소에서의 거래 내역이 추가로 필요한 이유다. 검찰도 지난 15일 거래소를 압수수색해 김 의원 관련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를 두고서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거액의 투자를 하는 게 옳은지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온체인 데이터에서 확인된 그의 투자 행태는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의 수상한 거래 내역은 영원히 남아 수정되거나 지워질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기록되는 블록체인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