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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로나19로 대세가 된 재택근무

등록 2023-05-25 18:35수정 2023-05-26 02:37

재택 근무 등 유연 근무 환경이 가장 보편화된 미국 첨단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재택 근무 등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뉴스 연합뉴스
재택 근무 등 유연 근무 환경이 가장 보편화된 미국 첨단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재택 근무 등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뉴스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신기섭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요즘 사람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주지 못해 스파이 요원 등을 구하기 힘들다.”

독일의 대외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 브루노 칼 국장이 최근 털어놓은 고충이다. <로이터> 통신은 칼 국장이 1950~60년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마땅한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가 맞춰주지 못한다고 말한 조건은 높은 임금이나 짧은 노동 시간처럼 흔히 생각할 법한 것들이 아니었다. 재택근무 허용과 개인용 스마트폰의 직장 내 사용 요구이며, 이는 보안문제 때문에 허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칼 국장은 말했다.

독일에서는 정보기관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조차 재택근무와 개인용 전화기 사용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니 놀랍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칼 국장의 반응이다. 그는 이런 요구를 “오늘날은 당연시하는 조건들”이자, “요즘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3년 넘게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대유행이 독일 사람들의 생각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는 말처럼 들린다.

노동자들의 재택근무 선호는 독일 정보기관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재택근무 확산세 때문에 도심 금융가가 텅 비어가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얼마 전 보도했다. 신문은 금융가에 사무실을 두고 있던 기업들이 재택근무 도입에 따라 불필요해진 사무공간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내 전체 사무공간 중 약 30%가 사용자 없이 비어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상업용 건물 가격의 폭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19년에 가치가 3억달러(약 3960억원)에 달하던 22층짜리 건물이 최근 매물로 나왔는데, 부동산 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 가격은 고작 6천만달러(약 792억원)라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4년 사이에 건물 가치가 80%나 줄어든 것이다. 시내 중심가를 가득 메웠던 직장인들이 사라지면서 주변 식당이나 상점들도 큰 어려움에 부닥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단다. 신문은 미국 내 대도시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하게 겪고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독일과 미국 사례에서 확인되는 재택근무 확산세는 한국으로서는 ‘먼 외국의 일’로만 느껴진다. 한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출퇴근 시간 수도권 지하철은 예전처럼 다시 미어터지고 있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2만명을 넘어도 언론조차 조용하다. ‘회복력’이 뛰어난 건지, 과거를 너무 빨리 잊는 건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사태가 다시 터질 경우, 재택근무가 크게 확대된 서양 나라들보다 대응하기가 훨씬 어려울 거라는 점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때를 대비한 개혁을 늦추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3년여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3만4719명(24일 기준)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 비극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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