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기업가들과 모험가들은 금을 찾아 오랫동안 세계 곳곳을 누볐다. 유럽 제국들은 남미에서 은과 주석을 약탈했다. 다이아몬드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아프리카로 불러들였다. 석유는 걸프 국가들에 막대한 부를 안겼다.
이제 완전히 다른 천연자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모든 국가가 우선시하는 화석연료와의 결별과 관련해 ‘핵심 원자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풍력 터빈용 자석에 필요한 코발트,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희토류 등이 그것이다.
한국은 전기차, 반도체,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분야를 성장시키는 데 이런 원자재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은 리튬의 58%, 코발트의 64%, 희토류의 9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를 조달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가 됐다. 미국은 전기자동차가 북미에서 생산되고, 그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도 생산지 요건을 충족해야 세금 혜택을 준다. 미국 재무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지침에서 자동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세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했다. 이 기준은 2027년에는 80%까지 올라간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팔려면 새로운 광물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4월에 리튬 매장량이 많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고 핵심 광물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처럼 사용한 건전지 등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도시 광산’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채굴 확대도 추진한다. 또 광물이 풍부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미국도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광물 공급처를 찾으려고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이었던 캘리포니아주 광산을 다시 가동하고 다른 국내 광산 탐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는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데 필요한 만큼 채굴 가능한 리튬이 없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인 인듐과 네오디뮴 양도 충분하지 않다.
환경문제도 있다. 이런 광물 채굴은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끼친다. 리튬 채굴과 정제에는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 등 건조한 지역에서 많은 물이 쓰인다.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희토류는 작업자들과 현지 공동체에 위험을 유발한다.
다른 문제는 북반구 제조업자들과 남반구 원자재 공급자들 사이의 신식민주의적 관계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은 한국에서 쌀과 철을 약탈했다. 지금은 산업화한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으로 무관세나 저율 관세를 이용해 핵심 원자재를 가능한 한 싼값에 뽑아내려고 한다. 이런 무역협정들은 글로벌 사우스가 다음 세대를 위해 강력한 산업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의 올바른 정책들 중 하나는 원자재를 재활용하고 비싼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을 연구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노스에 속한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은 더 근본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부국들은 지구가 가진 것 이상을 소비하려고 한다. 청정에너지로 전환은 자원 고갈과 생물 다양성 파괴라는 문제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다. 부국들은 어떻게 화석연료를 덜 쓰는지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후변화는 긴급한 문제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빨리 감축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탈탄소 노력은 정당한 방식으로, 또 지구의 추가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지금의 광물 확보 경쟁은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고 우리를 비상 상황에 처하게 만든 경제성장 모델을 재검토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