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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론 기술자’ 이동관 시즌2

등록 2023-06-28 18:39수정 2023-08-17 16:56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를 대상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니 10명 중 8명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동취재사진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를 대상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니 10명 중 8명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2010년 6월, 청와대를 출입할 때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외 출장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썼다. 개인적으로 그 전부터 계속 취재해온 중대 사안이었는데, 홍보수석실이 출국을 며칠 앞두고 기자들에게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했다. 기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기사화했다. <한겨레> 등 몇몇 매체에서 보도를 하자, ‘핵심 관계자’는 성난 얼굴로 기자실을 찾아와 단상에서 “참으로 나라 망신”이라며 ‘훈시’를 늘어놨다. 그 직후 ‘홍보수석실에서 한겨레를 대통령 순방에서 제외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실행까지 가진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대통령 전용기에 특정 언론사 기자 탑승을 배제했던 초유의 사태가 10여년 전에 이미 현실화할 뻔했던 것이다. 이 ‘핵심 관계자’는 물론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다.

그보다 앞서 2009년 4월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런던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기존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에 더해 추가로 제재 결의를 추진한다는 얘기로 해석됐지만, 제재가 아닌 그냥 결의안이었다. 청와대가 ‘과장 브리핑’을 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왜곡 기사를 쓰면 다음부터는 뼈다귀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취재해 쓰시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보를 틀어쥐고 뼈다귀와 살코기로 나누어 언론에 던져주겠다는 ‘원조 핵관’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는 이명박 정부 언론 통제의 상징이다.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강제 해임,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 임명, <와이티엔>(YTN)까지 포함한 대규모 기자 해고·징계 사태,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진행자들 퇴출, 그리고 보수 우위 언론 지형 강화에 대못을 박아버린 종편(종합편성채널) 체제의 탄생….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던 ‘해직기자’들이 생겨났다. 이게 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중심에 이동관 당시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윤 대통령은 이 특보를 새 방통위원장에 지명할 예정이다. 이 특보의 10여년 만의 전면 귀환을 방송가는 ‘언론장악 시즌2’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특보가 이명박 청와대에서 종편 출범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영방송(한국방송 제2텔레비전, 문화방송) 민영화’라는 보수의 숙원 과제 이행에 앞장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시도도 예상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이달 초 국민의힘 행사에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원인으로 “저희들이 느끼기에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언급한 점은 이 정권의 인식과 욕망을 잘 보여준다.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투입되는 ‘언론 기술자’의 임무는 정권이 보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정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미 윤 정부와 보수언론의 카르텔 속에서 이 특보 비판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이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은 보수 카르텔 강화의 시작이다.

이 특보의 행적은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과도 멀다. 이 특보 아들은 고교 시절 학교폭력에 연루됐지만 학폭위도 열리지 않은 채 조용히 전학 처리됐다. 이 특보는 아들이 다니던 학교 이사장(김승유)과 통화했다. “학교 관계자 중 면식이 있었던 자는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김 이사장이 유일”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자녀 문제로 학교 이사장에게 전화할 수 있는 학부모가 몇이나 될까. 국민들 보기에 ‘공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마음속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흔들린 적은 없다고 한다. 여권 사람들은 “언론을 정리할 사람은 이동관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명 이후 나타날 후과는 대통령 몫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끝내 지명한다면 ‘자유’, ‘공정’ 얘기는 그만해야 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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