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잇따라 일어난 규모 7.8, 7.5의 강진과 여진으로 두 나라에서 5만7천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4월22일 기준). 사진은 강진 당시에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크야(안타키아)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 활동 등을 벌이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모습. 연합뉴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진은 예측 가능한가요?” 지진학계의 답변은 아주 단호하다. “아니요, 어떤 과학자도 대지진을 예측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누리집(홈페이지)에 마련한 일문일답에서 “우리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하며 가까운 미래에 그 방법을 알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느 규모로 일어날지 정확히 알아야 예측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과학에는 그런 능력이 없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땅속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지진은 우연한 요인이 겹치고 뒤얽혀 일어나는 지각운동의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에 도전하는 과학 연구는 이어진다. 최근에는 뚜렷한 대지진 전조 현상을 찾아냈다는 새로운 연구논문이 '사이언스'에 실려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코트다쥐르대학 연구진은 대지진 발생지 주변 지표면의 위치 변화를 측정한 지피에스(GPS)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지진의 전조로 보이는 특징적 신호를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단층 이동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지면의 느린 움직임이 지진 발생 두시간 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규모 7 이상 90차례 대지진과 그 주변의 3천개 지피에스 관측점 위치를 5분마다 밀리미터(㎜) 정밀도로 측정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두시간 전에 대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참사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꿈같은 연구 성과다. 하지만 연구진은 물론 이 논문을 평한 다른 해설 논문의 저자도 대지진에 전조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한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연구의 한계 또한 지적하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이번 연구가 90개 대지진 데이터를 통계학으로 분석한 결과이기에 개별 지진의 전조를 감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는 점, 지피에스 관측 지점이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일어나는 해저 지진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이런 전조 신호를 바로 지진 예측에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정확하지 않은 지진 예측은 오히려 엄청난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진 예측은 아주 오래된 관심사다. 기이한 구름 모양이나 동물 행동 같은 이상 현상이 불길한 전조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상 현상은 지진 없이도 나타나고 지진은 이상 현상 없이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학계의 지진 예측 연구는 1970년대 이후 지구물리 관측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지각운동이 과학을 넘어서는 복잡계임이 확인되고 그 복잡성에 비해 관측 데이터가 턱없이 적기에,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견해가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지진재해 사망자는 자연재해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지진 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래서 대지진을 미리 감지하려는 예측 연구의 도전도 계속된다. 지구 운동의 복잡계를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조기경보 시간을 몇분, 몇초라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