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김제·만경평야는 금만평야로도 불렸는데, 이를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새만금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 평야와 같은 ‘옥토’를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의 방조제를 건설하고, 방조제 안쪽에는 매립지와 농업용수로 쓸 담수호를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전체 규모는 409㎢로 서울의 3분의 2, 파리의 4배에 이르고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에게 9.9㎡씩 나눠줄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대선 후보의 호남 공약으로 제시된 새만금 사업은, 1991년 11월 착공식을 연 이후 전북의 숙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된 탓에 사업 목적은 정권마다 달라졌다. 농업 식량 생산기지(노태우)부터 동북아 경제 중심지(이명박), 창조경제의 메카(박근혜), 재생에너지 전진 기지(문재인)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선 첨단산업 특화단지가 되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간척 예정지의 47.1%(2022년 현재)만 매립이 완료된 상태다.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매립된 땅 대부분도 황무지로 남아 있어, 사업지 주변에선 갯벌이 말라붙은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비단에 새겨진 수’라는 뜻의 수라갯벌은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다. 수라갯벌과 그 주변 지역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와 황새,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멸종위기 2급 흰발농게, 금개구리, 쇠검은머리쑥새 등 4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심 기착지이기도 하다.
이곳에 새만금신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는 이미 나와 있으나 국토 균형발전의 명목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됐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 지난 14일 공항 건설업체 입찰 공고가 나왔다. 해창갯벌을 메워 치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처참한 실패는 새만금신공항 논란과 겹쳐진다. 영화 ‘수라’에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은 새만금 매립 전 도요새의 군무를 떠올리며 “아름다운 것을 본 죄”라고 했다. 마지막 갯벌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