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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시간에 아이 5명이 목숨을 잃는 이곳

등록 2023-11-10 10:00수정 2023-11-12 10:35

[코즈모폴리턴]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4살 소녀 풀라 라함의 손을 할머니가 잡고 있다. 칸유니스에 살고 있던 풀라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모 형제를 포함한 가족 14명을 잃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4살 소녀 풀라 라함의 손을 할머니가 잡고 있다. 칸유니스에 살고 있던 풀라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모 형제를 포함한 가족 14명을 잃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조기원|국제뉴스팀장

“더는 돌봐줄 가족이 없는 다친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 주변만큼 외로운 공간은 이 우주에 없다.”

지난달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한 병원에서 의료활동 중인 영국 외과의사 가산 아부시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영국 비비시(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병원에 실려 온 환자 중 40%가량이 아이들”이라며 “모두 폭발로 인한 부상이었다.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꺼내온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맹폭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스 박멸을 명분으로 한 이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 본인이 죽고 다치는 것은 물론, 가족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외신에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가족 대부분을 잃고 병원에서 할머니 손을 붙잡고 있는 4살 소녀 풀라 라함과 같은 아이들의 피해 사례와 관련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도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가자지구에서는 한시간마다 5명꼴로 아이들이 숨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이 시작된 뒤 8일까지 1만569명이 숨졌는데 이 중 4324명이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6일 “가자지구가 아이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가자지구의 악몽은 인도주의적 위기 그 이상의 ‘인류 위기’”라며 즉각적 휴전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유엔 경고대로 지금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전쟁 시작 뒤 한달 남짓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숨진 아이들 수는 2020~22년 때 한 해 동안 전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숨진 아이들보다 많다. 가자지구는 길이 41㎞, 너비 10㎞에 불과한데 220여만명이 모여 사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게다가 인구 중 절반가량이 18살 이하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8일 가자지구에서 본격적인 지상작전을 시작해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피해는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하마스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지난달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의 농업공동체 키부츠에 난입해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납치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희생자는 14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민간인이었고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37살 이스라엘 남성 요니 아셰르는 4살과 2살 딸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비시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두 딸은 지난달 7일 가자지구에서 3.2㎞ 정도 떨어진 키부츠에서 엄마와 함께 납치됐다고 한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모든 전쟁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다”며 인도주의적인 즉각 휴전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또한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무조건 모든 납치된 아이들을 풀어줄 것”도 호소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이런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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