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회담장 건물 현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한국은 나쁜 나라예요?”
이달 초 중국 여행길 한 식당에서 만난 8살짜리 중국인 소녀가 대뜸 물었다. 식당 주인의 손녀로 보이는 소녀는 심심한지 식당에 자리 잡은 기자에게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뭐 하러 왔는지” 물었다. ‘베이징에서 왔고, 한국인이다’라는 대답에, 소녀는 “한국은 나쁜 나라냐”고 되물었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고, 중국과 사이도 좋다’고 답한 뒤 ‘누가 한국이 나쁜 나라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소녀는 이 질문엔 답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은 나쁜 나라잖아요. 중국을 괴롭히잖아요”라고 답했다.
별게 아닐 수 있는 8살 소녀와의 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힘들었던 것은 지난달 중국에서 애국주의 교육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급 학교, 사회단체, 기업은 물론 가정에서의 애국 교육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부모나 보호자는 조국 사랑을 가정 교육에 접목시키고 학교의 애국 교육에 협력해야 한다’(17조)는 내용이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긴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애국 교육에 더욱 신경 쓰고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에게 ‘애국’을 교육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하는 것으로,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애국 교육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 강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자연스러운 교육이 아닌 강압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고, 자칫 자국 사랑에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 혹은 외국인을 까닭 없이 배척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8살 소녀가 이웃 나라를 좋은 나라, 나쁜 나라로 먼저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럽 열강과 미국, 일본 등에 침략당한 중국의 역사를 보면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군사 대국으로 올라섰고,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국이 두려워할 정도로 급격히 커졌다. 이런 국가가 국민에게 애국주의를 강조할 경우, 자기 국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국가를 적대시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중국에는 개혁·개방 이후 태어나 자국 문화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미국 등 서방을 배타시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중국을 이웃한 한국으로서는 애국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애국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에도 방해될 수 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국제화 시대에 편협한 애국주의에 생각이 갇히고, 이는 중국이 더 자유롭고 발전하는 나라가 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중국의 힘과 매력을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중국이 강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 넘치며, 매력적인 국가로 보일 수 있도록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상생 등 긍정적인 단어를 나열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가정에서까지 애국을 교육하도록 하는 애국주의 교육법이 제정되고, 외국인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쪽으로 반간첩법이 개정되고 있다. 중국의 겉과 속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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