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운동에너지 한계치를 넘은 광속의 우주 입자

등록 2023-11-28 18:45수정 2023-11-29 02:40

우주방사선 입자가 지구 대기의 여러 입자와 충돌하면서 일으키는 ‘에어 샤워’ 현상을 표현한 그림. 미국 유타 사막에 설치된 대규모 우주방사선 입자 검출 시설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고에너지의 우주방사선 입자가 검출돼 관련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도쿄대학 제공
우주방사선 입자가 지구 대기의 여러 입자와 충돌하면서 일으키는 ‘에어 샤워’ 현상을 표현한 그림. 미국 유타 사막에 설치된 대규모 우주방사선 입자 검출 시설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고에너지의 우주방사선 입자가 검출돼 관련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도쿄대학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게다가 질량을 지닌 입자는 우주에서 제아무리 빠르게 날아도 빛 속도를 따라가기는 힘들다. 우주를 빼곡히 채운 우주배경복사 속을 날면서 에너지를 잃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방사선 양성자의 경우에도 대략 50EeV(엑사전자볼트, 1엑사는 10의 18제곱)가 그 에너지의 이론적 상한선으로 통한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이 계산한 에너지 한계치를 넘어 광속에 가까운 운동에너지로 지구에 날아든 우주방사선 입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최근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국내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국제 연구단은 미국 유타 사막 700㎢ 면적에 거대하게 설치된 입자 검출 시설에서 2021년 5월 초고에너지의 우주방사선 입자를 포착했으며, 분석 결과에서 양성자인 이 입자의 에너지는 무려 244EeV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연구진이 주도해 발견한 입자에는 일본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 입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왔는지는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아마테라스 발견 소식과 더불어 재미있는 이름의 또 다른 입자가 30여년 만에 화제가 됐다. ‘오마이갓’으로 불리는 이 우주방사선 양성자 입자는 1991년 10월 미국 유타대학 연구진이 관리하는 유타 사막의 다른 검출 시설에서 포착됐다. 에너지는 무려 320EeV나 됐다. 에너지 크기가 너무나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 연구진 사이에서 터져 나왔을 법한 “세상에!”라는 감탄사의 의미를 담아 ‘오마이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에너지 규모가 아마테라스보다 월등히 컸지만, 오마이갓 입자는 그동안 언론의 관심 바깥에 있었던 듯하다. 구글에서 연도별 뉴스 자료를 검색해보면, 이 발견은 학술지에 발표된 1993년 이후 최근까지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마테라스 발견을 계기로 초고에너지 입자의 원조 격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오마이갓 입자는 이름만 색다른 게 아니다. 몇몇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동원해 계산한 결과를 보면, 이 입자가 얼마나 상상하기 힘든 존재인지를 엿볼 수 있다. 광속에 가깝게 운동할수록 시간이 느려지고 길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에 가까운 오마이갓 입자의 기준계에서는 안드로메다은하까지 3.5분이면 갈 수 있고, 태양계 너비는 고작 37m로 축소된다는 이론 계산 결과도 있다. 오마이갓 입자의 운동에너지 규모는 그야말로 “세상에!”이다.

초고에너지 우주방사선 입자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강력한 에너지를 만드는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 또는 거대 블랙홀에서 날아왔을까? 오마이갓 입자 발견 이후 30년 동안 그 기원을 찾으려는 여러 시도가 이어지지만, 만족스러운 답은 아직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아마테라스 발견으로 초고에너지 입자의 존재는 더욱 분명해졌지만, 현재로서는 수수께끼 목록만 길어지고 있을 뿐이다. 늘 수수께끼 풀이를 즐겨 해온 물리학자들이 이번엔 어떤 이론과 관측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까? 우주에는 풀어야 할 신비가 여전히 풍부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국힘·윤석열의 탄핵심판 방해 ‘침대 축구’ 1.

국힘·윤석열의 탄핵심판 방해 ‘침대 축구’

계엄 거부하고 법무부 사직서…난 반국가세력일까 [류혁 특별기고] 2.

계엄 거부하고 법무부 사직서…난 반국가세력일까 [류혁 특별기고]

해방 80년, 제7공화국 시대를 열자 [김누리 칼럼] 3.

해방 80년, 제7공화국 시대를 열자 [김누리 칼럼]

탄핵에 발작하는 국힘이 8년째 모르는 한 가지 4.

탄핵에 발작하는 국힘이 8년째 모르는 한 가지

인권위 흔든 이명박·윤석열 정부…반인권 인사들 전횡 5.

인권위 흔든 이명박·윤석열 정부…반인권 인사들 전횡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