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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동훈 장관이 말하는 “꼭 필요한 외국인”은 누구일까

등록 2023-12-19 09:00수정 2023-12-19 09:3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총에 참석해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총에 참석해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뉴스룸에서] 이주현 | 뉴스총괄

지난 6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곧 ‘같은 당 식구’가 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상견례 비슷한 성격도 있었지만, 이날 의총에서의 브리핑 주제도 눈길을 끌었다. 한 장관이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부터 공언한 ‘이민청’ 신설안이었다.

출생률 급락에 따른 ‘인구재앙’과 그에 따른 ‘국가소멸’에 대비해 이민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 그러니 외국인 관련 정책을 종합해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얘기였다. 그동안 출입국 관리를 비롯해 결혼이민자·유학생·외국인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업무가 법무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교육부 등에 분산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터라, 이민청 신설은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한 장관의 설명 가운데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 있었다. “외국인을 무조건 많이 받아들이자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외국인만을 정부가 정교하게 판단하여 예측 가능성 있게 받아들이고, 불법체류자는 더 강력히 단속하는 등 정부가 정교한 방향성을 가지고 관리하고 통제해서 ‘그립’을 더 강하게 잡겠다는 것입니다.”

한 장관은 이 문제에 관해 이미 강한 그립을 행사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잠정 중단했던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지난해 가을부터 재개했고, 올해도 대대적으로 정부합동단속을 벌였다. 5년 내 불법체류자들을 현재 40만명대에서 20만명대로 줄이겠다고 한다.

몇년 새 불법체류율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2010~2019년 10~15%대를 오갔으나 2020년 이래 19%대로 훌쩍 뛰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탓이 크다. 국경이 봉쇄되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감염병 확산 차단이 시급했던 한국 정부도 단속 대신 백신 접종과 치료를 우선순위에 뒀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엄정대응 방침에 따라 토끼몰이식 단속이 벌어졌고, 곳곳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법무부 직원들은 공연장을 급습하고 예배 중인 교회를 덮쳐 수갑을 채웠다. 지난달엔 법무부 남성 직원이 팔로 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목을 조이는 ‘헤드록’으로 제압해 끌고 가는 동영상 장면이 퍼지면서 나라 안팎에서 공분이 일기도 했다.

한 장관은 마치 체로 거르듯, 필요한 외국인-불필요한 외국인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유의 자신감에 찬 단호한 어투는 우생학적 뉘앙스마저 연상케 한다. 옳고 그름 이전에, 과연 가능할까?

한 장관이 말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외국인”은 누구일까. 뭐니 뭐니 해도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건 ‘식’(食) 아니겠는가. 이제 한국의 농촌은 외국인노동자 없인 굴러가지 않는다. 돼지고기, 깻잎, 상추, 고추, 시금치…. 상당수 토종 먹거리들이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선 밥상에 오를 수 없다. 요즘 한창인 감귤 수확도 외국인 손을 빌려야 한다. 이런 농촌 인력 상당수가 불법체류 등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유입돼 일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의 가족이나 친척, 외국 국적 동포 등에게 계절근로자 비자를 주지만 제한적이다. 이를 활용하기 힘든 영세한 농가가 많고, 수급 상황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런 속에서 투명인간처럼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콕 박혀 ‘국산’을 만드는 이들이 한 장관 눈엔 ‘존재가 불법’일지 몰라도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 인력이다.

한국이민정책학회 김태환 명예회장은 “미래의 이민정책은 단순한 노동력 조달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며 “바람직한 공동체를 위해 선택하는 행정 수단과 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장관의 의총 브리핑에선 쓸모를 따지는 경제적 효용성 외에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통합과 공존의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2월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체류 자격·지위와 상관없이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의무를 담은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체결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국내법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 논의와 함께 협약 가입을 진지하게 추진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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