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기록상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였다. 직전은 2016년이었다. 바다를 데우는 엘니뇨 현상 탓인데, 올해에도 엘니뇨가 지속되면서 두해 연속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것도 산업화 이전보다 1.34~1.58도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1.5도 목표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구가 더 위험한 수준으로 가열되면서 과학자들은 위기가 그만큼 가까워진다고 경고한다. 영국 엑서터대 팀 렌턴 교수(전지구시스템연구소 소장)가 주도한 ‘글로벌 티핑포인트 보고서’(지난해 12월 발간)를 보면, 지구는 이미 5개의 중요한 자연적 한계점을 넘어섰다.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거대 빙상 붕괴, 영구동토층의 광범위한 해빙, 온대 해역의 산호초 고사, 북대서양 해류 붕괴 등이다. 1.5도를 넘어서면 3개의 한계점에 추가로 도달한다. 이 한계점들을 넘어서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위협이 초래된다. 렌턴 교수는 “전체 생태계가 위협받고, 인류의 주식인 작물 재배 능력을 상실하는 등 파괴적인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남극이 문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남극 해빙 면적은 최근 6개월 연속 감소해 위성 기록상 그 어느 때보다 작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겨울 남극해의 얼음 면적은 지난 40년 평균보다 250만㎢가 적었는데, 한반도 면적의 11배 이상 크기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얼음양이 동남극의 10분의 1에 불과한 서남극 빙붕은 녹는 속도가 점차 빨라져간다. 서남극 아문센해 빙붕은 인류가 내일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소시켜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붕괴 상태에 놓여 있다 한다.
이런 식으로 녹은 빙하의 물은 남극해의 해양순환을 둔화시킨다. 이미 1990년대 이후 30%가량 느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해는 전세계 기상 패턴과 해양 온도, 영양염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남극에선 지난 10월 이후 조류독감으로 바다코끼리와 바다사자, 물개, 갈매기 등이 대량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 관련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바이러스가 펭귄 서식지에서 대량 폐사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최대의 생태학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남극과학우수센터(ACEAS) 맷 킹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세기 중반에나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던 과정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