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호 정치팀 기자
아침햇발
프랑스 보건가족부 장관 보좌관 클레망 도피넬(30)은 프랑스의 출산장려 대책을 묻자, 자신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나는 미혼인데다 아이가 없다 보니 한 달에 내는 세금이 300유로(36만원)다. 반면 아이가 셋 있는 내 친구는 벌이는 비슷한데 세금은 60유로(7만2000원)만 낸다.”
지난 1월21일치 〈한겨레〉 국제면 기사다. 한국에 대입해 보자. 위 기사로 계산하면, 프랑스에서 독신 가정과 아이를 셋 둔 가구의 세금 차이는 5배다. 프랑스의 장관 보좌관이 내는 세금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432만원이다. 한국의 연소득 5천만원 봉급생활자 세금과 비교해 보자. 독신 가구는 382만2천원, 자녀 셋 둔 가구는 331만2천원이다. 세금 차이는 1.2배다. 자녀를 많이 둔 가정에 혜택을 준다는 세제개편안이 도입되면, 399만2천원과 305만7천원으로 1.3배 차이가 난다.
지난 8월21일 재정경제부가 ‘200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독신·무자녀·맞벌이 가정’을 홀대한다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기존의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란, 1~2인 가구도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와 집값 등 고정비용은 비슷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1인 가구는 기본공제(100만원) 외에 100만원, 2인 가구는 50만원을 더 공제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맞벌이에게 적용되는, ‘중복’ 추가공제다. 부부가 다 소득이 있으면, 세제상 별도 가구 취급을 받아 1인 추가공제 혜택을 둘 다 받는다. 맞벌이 부부가 400만원을 공제받을 때, 홑벌이는 250만원만 공제받는다. 둘째,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월급이 적어 근소세를 아예 안 내는 봉급생활자 절반은 이 제도가 있으나마나다. 또 연봉이 각각 3천만원인 맞벌이가 16만원(세율 8%) 세금부담을 덜 때, 연봉이 각각 1억원인 맞벌이는 70만원(세율 35%)의 세금이 줄어든다. 셋째, 이 제도는 부부 중 한 명이 자영업자라면, 맞벌이라도 혜택이 없다. 세법상 자영업자로 인정되는 학습지 교사도 마찬가지다.
1996년 도입한 이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한 게 오히려 문제로 보인다. 이 제도는 저출산과 상관없이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게 조세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세금공제는 도입되는 순간 기득권화한다. 또 세금이란, 줄어드는 사람은 덤덤한 반면, 늘어나는 사람은 한푼에 분노한다.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에 대해 여당 일부 의원들까지 “맞벌이 세금은 늘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똑같이 자녀 둘을 둔 두 가정을 보자. 한 집은 혼자 6천만원을 벌고, 다른 집은 남편이 3600만원, 아내가 2400만원을 번다. 가구 소득은 같지만, 세금은 홑벌이가 505만원, 맞벌이가 192만원이다. 소득세 체계가 개인별 누진과세이기 때문이다. 개편안이 도입되면, 홑벌이 가구 세금은 8만원 줄고, 맞벌이 가구는 4만원 준다. 이 맞벌이 가구가 자녀가 없다면, 22만원(209만원에서 231만원)을 더 내게 돼 있다.
맞벌이를 하면, 아이를 맡기는 비용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홑벌이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게 맞다. 그러나 바뀐 개편안이 과연 얼마나 맞벌이를 홀대한다는 건지, 반대로 아이 있는 가정에 얼마나 혜택을 준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맞벌이 하고 싶어서 하냐’는 투정처럼, 홑벌이도 ‘하기 싫어서 안 하냐’고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 가정은 홑벌이다. 맞벌이였으나, 아내가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
권태호 정치팀 기자 ho@hani.co.kr
권태호 정치팀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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