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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미스터 반’은 어떤 사람이냐고? / 박용현

등록 2006-10-26 18:10

아침햇발
“하이, 축하해! 너희 나라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나왔던데, 그 ‘미스터 반’은 어떤 사람이지?”

외국의 젊은 인권 변호사 몇몇한테서 전자우편을 받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뽑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답을 주기에 앞서, 우선 우리나라에 대한 몇가지 배경 설명이 필요했다.

한국은 유엔헌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국제적 합의인 유엔인권선언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나라에 든다. 유엔인권선언을 구체화한 국제인권조약 가운데 하나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만 보더라도, 우리는 조약 당사국의 의무를 게을리해 왔다. 당사국은 인권상황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유엔에 제출하고 유엔은 이를 심의해 개선 권고를 하는데, 1999년 유엔은 우리나라의 2차 보고서 심의 뒤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를 재차 권고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국가보안법은 건재하다. 또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시위 제한)에 대해서도 유엔은 집회의 자유를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개정된 법은 이 조항을 오히려 더 강화하고 말았다.

일반적 인권상황 이외에 특정한 사건도 유엔에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지금까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소돼 규약 위반으로 결정된 사건만 6건이다. 1991년 대우조선 파업 때 제3자 개입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손종규씨 사건의 경우, 유엔은 표현의 자유 보장(규약 19조2항)을 위반했다며 적정한 보상을 하도록 95년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10년이 지난 2005년에야 답변서를 제출했고, 그나마 손씨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은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내용이었다.

대개의 사건에서 유엔의 권고는 우리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달랐다. 국제인권조약을 재판에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행정·사법부가 한결같이 국제인권조약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용역보고서는 “법 해석에서 유엔 권고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안으로 △법원이 인권문제 해석에서 유엔의 권고 등을 참조하도록 하거나 △유엔에서 국내 법원의 판단과 다른 견해가 채택되면 이를 재심·비상상고 사유로 인정하거나 △권고가 있으면 법원의 위법 판단 여부와 관계 없이 보상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초적인 국제인권조약 가운데 우리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게 여럿이다. 그 하나인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선택의정서에 24번째 나라로 뒤늦게 가입하게 됐는데, 이 선택의정서는 고문이나 가혹행위 따위를 감시할 예방기구를 설치·지정하고 그 직원들에게 ‘독립적인 임무 수행에 필요한’ 특권과 면제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예방기구를 맡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견을 밝히자 “인권위의 권력기관화” 운운하는 논란이 일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반 장관은 이런 나라에서 관료로서 승승장구한 인물이고,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데서 뚜렷한 행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답장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우리에게 넘겨준 아프리카 대륙에서 다시 답장이 왔다. 케냐의 인권 변호사인 무테 키융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 코피 아난이 쟁취해 온 것들(유엔 활동에서 인권의 강조)이 되돌려지는 건 아닐까?” 그의 질문은 반 장관 개인보다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하고 있지 않을까.

박용현 24시팀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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