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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한나라당에서 배워라 / 김종철

등록 2007-01-22 17:37수정 2007-01-22 18:16

김종철/논설위원
김종철/논설위원
아침햇발
한나라당은 계속 상종가를 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의 추락은 끝이 안 보인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40%를 넘어 50%에 가깝고, 열린우리당은 10% 안팎이다. 또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씨 등 유력 주자들이 한나라당에 몰려 있다. 여권의 잠재적인 후보였던 고건씨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에는 고건씨 선언 이후 5%를 넘은 예비주자가 모처럼 나오기는 했지만 판도를 좌우할 정도는 안 된다.

꼼짝없이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처지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절박한 위기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참 실력을 알 수 있다. 정권을 담당하는 정당의 위기 대응은 더 중요하다.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초등학생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온통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정치공학적인 새판짜기다. 새정치를 내걸고 불과 3년 전에 스스로 만든 정당을 버리자고 안달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 등과 합하면 올 대선에서도 과거처럼 막판에 화려하게 역전승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다. 수가 너무 뻔할 뿐더러 국민을 가볍게 보는 오만한 행태다. 정당이 내건 기치나 사람들이 희망을 줄 때 판짜기도 성공하지, 똑같은 사람들이 정당 간판만 바꾼다고 속을 국민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둘째, 실패에 대한 성찰과 참회없이 서로 네탓하며 쌈질하고 분열하기에 바쁘다. 민주당과의 분당으로 말미암은 민주 개혁세력의 분열이 비극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면서 ‘새정치 동지’ 간에 또 돌아서고 있다. 개혁세력 확대가 아니라 위축이다. 기간당원제 등 내부의 작은 차이도 극복하지 못한 채 헤어지면서 개혁과 단합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누가 희망을 걸겠는가. 이들에게는 10%의 지지율도 과분하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고공행진하는 이유가 단지 국민들이 보수화됐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모든 게 남 탓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그저 참여정부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과 여론의 보수화 덕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패배의 시간 동안 스스로 변화해왔다. 1997년 대선에 이어 2002년 연속으로 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봤다. 권력만 좇는 해바라기성 정치인이 많았던데다 차떼기 정치자금 파문과 탄핵 역풍으로 도덕적, 정치적으로 파탄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지율은 끝없이 곤두박질쳤다. 지금의 열린우리당 위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대응은 판짜기나 균열이 아니었다. 물론 당명을 바꾸자는 등 새판을 짜자는 요구가 내부에서 있었다. 그들은 그런 것을 정치적 쇼라며 거부했다. 대신 속죄의 뜻으로 당사와 연수원을 내놓고 천막당사에 나앉았다. 서로 잘 낫다고 싸우기보다는 인기없는 한나라당 간판을 지키면서 자기 변신에 힘을 모았다. 17대 총선 공천에서는 낡은 정치인을 탈락시키고, 참신한 사람들로 대폭 물갈이했다. 16대 총선 때도 민정계를 대대적으로 축출했다. 보수세력의 중심을 놓치 않으면서도 과거를 씻기 위한 내부 투쟁을 지난하게 해 온 셈이다.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불러온 깜짝 인물이 아니라 의원과 도지사 등 당 안에서 경험을 오래 쌓은 사람들이다. 보수정당에 맞는 이런 내부 개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들에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통합신당이든 당 개편이든 이런 태도와 당인의 자세를 여권은 배워야 한다. 판짜기 한답시고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정치를 해서는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 뒤의 미래도 어둡다.


김종철/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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