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기획담당 부국장
편집국에서
<한겨레> 오전 편집회의엔 그날 온라인에서 많이 본 기사들이 보고됩니다. 11월 들어 가장 많은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기사는 역시 비비케이와 관련한 것들입니다. 최근에만도 ‘다스 BBK 투자금, 이명박 후보가 만든 LKe뱅크로’(12일) ‘이명박, 김경준 못믿어 결별했다더니 한달 뒤 회사청산 맡겨’(14일)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LKe EBK도 구분 못하나’(16일) 등의 기사가 당일 최고 조횟수를 기록했습니다.
13일엔 ‘이명박 자녀 유령 직원 채용’ 기사가 역대 최고기록에 가까운 ‘순간 페이지뷰’를 나타낸 것을 보면 대선후보들의 도덕성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언론에서는 그런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되었겠지요.
최근 김경준씨의 귀국을 계기로 신문과 방송의 비비케이 사건 보도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지난 한달여 동안 <한겨레>는 ‘혼자 뛰어 1등 하는’ 기분으로 고독한 추적보도를 해왔습니다. 김경준씨의 인신보호요청 항소 포기와 그의 귀국을 저지하려는 이명박 후보 쪽의 두차례에 걸친 송환 연기 신청, 이 후보가 마프펀드 대표이사 회장으로 표기된 브로슈어(홍보 책자) 발견, 비비케이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는 김경준씨의 영문편지 등등 …. 다행히 진실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의 관심은 매우 뜨겁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기사를 좀더 쉽게 써달라”는 독자분들의 요청이 쇄도하는데도 저희들이 잘 따르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저희들도 최대한 쉽게 기사를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안이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기사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쪽은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지난 8월 “비비케이 등은 모두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김경준씨 옥중 인터뷰 기사에 대해 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다른 언론들이 ‘딴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더니, 16일엔 다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 기자에게 “당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그렇게 많은 양의 기사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집중 보도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더군요. 다른 의원은 “엠비가 약이 바짝 올랐다”고도 했습니다. 최근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에서 저희 회사 앞에 한달 간 집회신고까지 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돌이켜보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을 키운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었습니다.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검찰에 가져간 것도 한나라당 쪽 사람이었습니다. 더구나 검찰 수사를 통해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명 오히려 짙어졌습니다. 아무리 사기 혐의자라지만 주가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씨가 자신의 불법행위를 이명박 후보의 돈으로 했다고 주장하는데,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 후보나 한나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니 검증 절차는 모두 끝난 게 아니냐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원 검증을 통과했다고 국민들의 검증까지 통과한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비비케이 의혹은 한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도덕성, 위법성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정치 선진국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병역, 세금, 사생활 추문, 거짓말 등에 대해 가혹하리 만큼 엄격한 검증을 합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검증의 강도나 양은 그런 나라들에 비하면 약과인 셈입니다. 이 후보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좀더 당당한 후보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김이택/기획담당 부국장 rikim@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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