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용비어천가는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새 글자의 실용 가능성을 실험함과 동시에 조선 왕조의 개국을 정당화하고자 정인지·최항 등에게 일러 편찬하도록 한 노래다. 이 노래에는 조선 왕조를 열기까지의 6대조 역사가 기록됐는데, 그 가운데 땅이름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많이 남아 있다.
제9장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도적을 토벌하실새 사방의 제후들이 모이더니 성스러운 덕화가 오래되어 서방 오랑캐도 또 모이니, 의를 내세워 군사를 거느릴새 천리 인민이 모이더니 성스러운 덕화가 기프셔서 북쪽 오랑캐들이 또 모이니”라는 노래는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관련된 노래다.
이 노래에는 위화도에서 돌아오는 군대가 지나간 땅이름이 나타나는데, 회군하는 군사들이 안주, 자주, 이성(흙성), 평양, 중화군, 기탄(가린여흘)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의 환영을 받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진군하였다고 한다. 이 기록에서 이성(泥城)은 ‘흙성’, 기탄(岐灘)은 ‘가린여흘’이라는 한글로 표기하였다. 이처럼 용비어천가 곳곳에는 토박이말과 한자어의 대응관계를 한글을 사용하여 나타낸 경우가 많다.
‘가린여흘’을 ‘기탄’으로 옮긴 것은 ‘가린’이 ‘가르다’에 해당하는 ‘가ㄹㆍ다’에서 비롯된 말이므로 둘 이상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임을 짐작게 한다. 이처럼 ‘가린’이 들어가는 땅이름은 ‘가늘다’는 뜻을 지닌 경우와 ‘가르다’의 뜻을 지닌 경우가 있다. ‘강’을 뜻하는 ‘가ㄹㆍㅁ’이 ‘가르다’와 관련이 있음은 널리 알려진 것과 같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남과 북’ ‘남녘·북녘’…평화 부르는 이름 버리지 말라 [말글살이] ‘남과 북’ ‘남녘·북녘’…평화 부르는 이름 버리지 말라 [말글살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8/53_17055566435231_20240118502060.jpg)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2/20250212500150.webp)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2715.webp)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3664.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