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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6% 경제성장을 기대한다 / 정남구

등록 2008-01-17 23:15

아침햇발
2000년 8.5%나 됐던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이듬해 3.8%로 곤두박질을 쳤다. 정보통신(IT) 거품 붕괴의 여파였다. 경제분석가들은 경기 하강이 2002년에도 이어지리라고 봤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성장률이 3%대 후반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망은 어이없이 빗나갔다. 2002년 성장률은 무려 7.0%에 이르렀다. 경제분석 기관들은 2003년에도 경기 상승이 이어져, 6%에 가까운 성장을 하리라고 점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빗나갔다. 2003년 성장률은 3.1%에 그쳤다.

여러 언론이 ‘엉터리 경제전망’에 손가락질을 해댔지만, 분석기관을 탓할 일만은 아니었다. 정부 정책이 확 바뀐 영향이 컸다. 집권 마지막 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그것이 성장률을 전망치의 갑절로 끌어올린 까닭이다. 이듬해의 경기 급랭은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된 탓이었다. 신용카드 소비 붐이 더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기 전에 참여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영향도 있었다.

2002년 경험에서 볼 수 있듯 정부가 정책수단을 동원해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2∼3%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여러 조건이 잘 갖춰지면 그 ‘단기’는 몇 해가 될 수도 있다. 1993년 김영삼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것을 뼈대로 한 ‘신경제 100일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이후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92년 5.9%였던 성장률은 93년 6.1%, 94년 8.5%, 95년에는 반도체 호황 덕에 9.2%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그런 성장이 큰 후유증 없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김영삼 정부의 정책은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고,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신용카드 거품 붕괴에 따른 극심한 내수 침체를 불렀다.

‘경제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명박 당선인은 집권 5년간 연평균 7%의 성장을 약속했다.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올해 성장률 목표치만은 최근 6%로 낮췄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하고, 중국도 긴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등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 아래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6%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그것도 물가를 3.5% 아래로 잡고,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서 말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껏 올해 6% 성장은 무리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 ‘이명박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어리석음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고쳐먹으려 한다. ‘고디우스의 매듭’은 잘라야지, 풀 수 있는 게 아님을 일찍이 알렉산더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최경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으로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소 1∼2% 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성장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연간 9조원가량 늘어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말을 꺼냈다가 거둬들인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후유증 없는 6% 성장을 이루고, 그 과실이 윗목의 서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면 박수 칠 일이다. 당선인이 허풍쟁이나 거짓말쟁이가 아님을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누가 나라를 이끌든, 국민에게 좋으면 좋은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국민이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를 깎아내리는 것은 무모하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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