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취임식에서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했다. 국민 성공시대란 취직 못한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 자리가,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이, 자영업자에게는 더 나은 수익이 생기는 그런 상태를 뜻할 게다. 소박하나 절절한 국민의 소망이다. 이 대통령은 또 품격 있는 사회인 선진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국민 성공과 선진화, 둘 다 주요한 과제다.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명박호를 이끌어갈 청와대 수석과 각료 인사를 보면 이런 기대감은 아득해진다. 국민이 성공하기보다는 돈있고 힘센 사람들만 더 잘나가는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격조 있는 선진사회가 되기보다는 투기와 눈속임이 판치고, 돈 놓고 돈 먹는 정글 같은 세상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바라보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부터 ‘자기 성공’에만 도취돼 구름 위에 머물고 있다. 일찍이 그는 군대에 있으면서 대학을 졸업하는 괴이한 ‘능력’을 발휘했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탓인지 아들도 특례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 무려 244일이나 국외에 머물렀다. 말 그대로 몸으로 병역의무를 때우고 있는 보통 국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한 후보자는 또 강남지역의 고급 아파트 분양권을 미등기 전매로 사고팔아 자기 입으로도 1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보았지만 재산 변동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 정도는 투기도 불법도 아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과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청와대 수석들의 돈 버는 재주나 출세하는 방법도 갖가지다. 각료들의 평균 재산액은 39억원에 이르며, 집도 대부분 두 채 이상씩 가지고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집이 네 채다. 노동자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와 오피스텔 한 채를 갖고 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의 부인은 미국 영주권자로서 미국에 거주지가 있으면서 수원의 상가를 사들였다. 국제적인 투자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판 적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라고 한다. 소가 웃을 얘기다.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 살지도 않을 집과 대지, 연고 없는 곳의 임야와 농지를 사재기하는 것이야말로 고단수 투기 수법이다.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로 값이 오른 땅과 집을 산 이유는 더 가관이다. 박 환경부 장관 후보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경기도 김포시의 절대농지를 구입했으며, 그저께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는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남편이 ‘선물로’ 오피스텔을 사줬다”고 한다. 정말로 딴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재산뿐이 아니다. 제자의 논문에서 단어와 문장 몇 개 바꿔 자기 것으로 버젓이 발표한 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도 고전적이고 흔한 행태여서인지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별로 없다. 그들의 자녀에게 눈길이 미치면 대한민국 1% 특권층의 최신 유행이 한눈에 잡힌다. 이들에게 조기 외국 유학은 아무나 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미국 시민권자나 최소한 영주권자로 만들어야 명함을 내민다. 외국 국적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 국적을 버리는 일은 고민거리도 아니다.
문제는 이들을 두고 ‘업무 수행에 결격 사유가 아니다’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이 대통령 주변의 인식이다. 소수 특권층인 그들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이 성공하는 시대를 바라기는 글렀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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