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하이에나 검찰’ 되려는가 / 김종철

등록 2008-09-04 20:46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검찰이 사정의 칼을 뽑았다. 연일 출국금지 조처와 압수수색을 벌이고, 소환이니 체포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 얼마나 바쁜지 대검 중수부의 검사 대부분은 올여름 휴가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이 비리를 척결하느라 바쁘다면 국민에게는 손해가 아니다.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누리꾼을 잡아들이는 것이나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수사 등 ‘청부’ 논란이 이는 수사보다는 차라리 나아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사정 칼날을 눈여겨보면 이 또한 괴이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대부분의 수사 선상에 ‘죽은 권력’만 북적거린다는 점이다. 검찰이 손대는 사건마다 공교롭게도 혐의자는 대부분 노무현 정권의 실세나 측근, 민주당 등 야당 쪽 사람들이다.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은 이미 구속됐거나 기소됐으며,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정화삼씨, 황두열 전 석유공사 사장, 박정삼 전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사장 등이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광재 의원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표적 삼지 않고서는 이렇게 한쪽으로만 몰리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수사는 집요하고도 무차별적이다. 이 의원의 경우 부인까지 지난 4월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최근 다시 수사를 받고 있는 전대월씨나 최규선씨 사건의 최종 종착역도 이 의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엊그제 압수수색을 벌인 강원랜드도 이 의원에 대한 지원설 등이 나돌던 기업이었다. 물론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이 의원 연루설 등을 입 밖에 내지 않지만, 검찰이 ‘꺼진 불’도 다시 살려내는 이유가 뭔지는 말 안 해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수사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강 전 장관이나 정 전 비서관 정도를 빼고는 나머지는 아직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 게 없다. 참여정부와 관련된 대형 게이트가 터질 거라고 소문이 나돌았던 카지노 사건의 박정삼씨나 제주 골프장 사건의 정화삼씨, 석유공사 사장을 지낸 황두열씨, 증권선물거래소의 옥치장 전 본부장 등은 몇 달째 감감무소식이다. 이들의 사무실뿐 아니라 자택과 친지 집까지 마구잡이로 압수수색해서 샅샅이 뒤진 수사치고는 너무 초라한 결과다. 40여 공기업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검 중수부 등 전국의 검찰청을 다 투입하고도 몇몇 잔챙이만 잡아들였을 뿐이다. 수사에 서투르거나 아니면 애초 무리한 수사였거나 둘 중 하나다. 검찰 조직의 핵심인 대검 중수부 등이 총출동했던 만큼 수사 미숙이 아님은 분명하다.

비리가 있으면 지위고하, 옛것과 지금 것을 가릴 수 없다. 때로는 과거 정권 실세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나도 당하겠구나는 교훈을 현재의 권력자들에게 줄 수 있다. 그만큼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칼이 특정 방향만 겨눌 때, 그것도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 문 대상은 아무 곳이나 찌르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연주 전 사장처럼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대개는 뭐라도 하나는 걸릴 것이다. 그런 결과를 놓고 성과라고 자랑할 건가. 정치 보복의 수족, 죽은 고기만 먹고사는 하이에나 검찰이라는 손가락질만 늘어날 뿐이다. 검찰에 만회할 기회가 마침 왔다. ‘살아 있는 권력’이다. 재벌 2, 3세들의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사위 조현범씨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철 논설위원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