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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빵꾸 / 김선철

등록 2008-09-23 18:17

외래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나, 한숨 소리는 높고 불안을 호소하는 말글들이 시끄럽다.

‘구멍’을 뜻하는 외래어로 비격식적인 말씨에서 ‘빵꾸’(→펑크)가 흔히 쓰인다. 소리와 달리 적어야 할 근거가 없으면 소리대로 적는 한글 맞춤법에 비추면, 발음이 거의 예외 없이 [빵꾸]이므로 표기로서는 ‘빵꾸’가 옳으나, 희한하게도 시중의 자동차 바퀴 수리점에서는 ‘빵구’가 더 많이 쓰인다. ‘구’가 ‘구멍’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신을 신고’에서처럼 콧소리 다음에서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됨을 의식해서인지, 다른 것에 말미암는지 그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는 않다.

‘빵꾸’는 영어 ‘펑처’(puncture)가 일본말로 들어가서 뒷부분이 잘린 채로 ‘판쿠’(パンク)가 된 다음 우리말로 들어와 다시 모습을 바꾼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말 무성음 ‘ㅍ’과 ‘ㅋ’이 우리말의 된소리 ‘ㅃ’과 ‘ㄲ’으로 바뀐 것은 ‘뽐뿌’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쪽의 무성음들이 우리 귀에 된소리처럼도 들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름지기 바늘에 실을 꿰는 구멍처럼 구멍이란 제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 해야 마땅할 터다. 세계와 우리 경제에 난 요즘의 엉뚱한 구멍이 하루빨리 메워져서 근심 어린 어두운 표정들이 환하게 바뀌는 행복감을 맞고 싶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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