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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남북관계 풀 기회다 / 김종철

등록 2008-11-06 21:14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오바마가 되면 살고, 매케인이 되면 아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6자 회담에 관련된 나라의 외교가에서 나돌았던 얘기다. 6자 회담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정치적 장래를 두고 한 말이다. 오바마가 당선되자 힐의 승진이나 영전을 성급하게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힐에 관한 에피소드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현 부시 정부의 정책이나 흐름을 민주당의 오바마가 ‘계승’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방의 것이라도 좋으면 자기 것으로 취하는 미국 정치의 실용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말로만 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이전 정권의 정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부정하는 등 이념주의의 덫에 빠져 있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정권 교체 뒤에도 미국에서 대북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부시 정부가 지난해 180도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독재자’와는 대화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이념적인 강경 노선을 탈피하고,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를 우선한다는 민주당의 외교 노선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부시의 한반도 정책을 단순히 이어가는 데 머물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속도와 폭으로 동북아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때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했을 정도로 북핵 해결에 적극적이다. 북한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나올 경우에는 양국간 외교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가시화 등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 정부 말기에 미적거리다가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기회를 놓쳤던 북한으로서도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뒤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가 이룩해 놓은 남북관계의 성과를 계승하기는커녕 외면하고 부정하기에 바쁘다. 남북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되거나 남북관계의 볼모로 자주 거론되는 등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도 책임이 있지만,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 그러나 압박을 통한 북한 길들이기는 부시 정부 6년 동안 처참하게 실패로 끝났다.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 능력만 커졌다. 눈으로 보고도 남이 실패한 길을 되풀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마침 미국에서 북-미 양자의 고위급 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가 당선되고,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일상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자연스럽게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선 오바마에게 당선 축전을 보냈듯이 김 위원장에게도 특사나 업무 복귀에 관한 축전을 보내면 어떨까. 북쪽 최고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보이는 것은 북한 권력의 특성상 관계를 개선하는 데 첩경이 될 것이다. 급격한 태도 변화가 쑥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그동안 헛발질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하자. 그게 진정한 실용이다.

남북관계의 장기적인 경색은 남북 사이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북-미 관계, 한-미 관계와도 직접 연관된다. 남쪽이 계속 압박하면 북은 남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나설지 모른다. 그럴 때 우리 정부가 김영삼 정부 때처럼 ‘통미봉남은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고, 그러더라도 갈 길 바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자칫 국제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 처지가 더 갑갑해지기 전에 남북관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김종철 논설위원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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