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칼럼
“근대 자본주의 역사를 통틀어 한국처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대가를 요구하면서 성장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정부의 수사 압력에 절필을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한국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이다. 이게 한국의 축복이자 저주다. 동질적이기 때문에 단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그런 이유로 일부 국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수도권-지방 문제만 해도 그렇다. 만약 지방민의 인종이나 민족이 수도권과 다르다고 가정해 보라. 중앙정부가 지방을 함부로 대했다간 당장 폭동이 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주민의 다수는 지방 출신이다. 이들은 설과 추석 때면 고향을 찾느라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이게 지방민들이 중앙정부의 지방 차별을 잘 견뎌내는 주요 이유다. 이게 전부일까? 그렇진 않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며 지역구가 포항인 이상득 의원은 수도권 규제 철폐에 대한 지방의 반발에 대해 “나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 포항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곧 포항에서 들고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날부터 신문 구석구석을 살폈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국토해양부가 국회 국토해양위 조정식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중 도로 부문 추정사업비 7조7129억원 중 37%가 포항 지역과 연관돼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한나라당은 그간 봉하마을 조성에 대해 ‘노방궁’(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방궁)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이번에 이 대통령의 고향 챙기기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두 경우 모두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노방궁’이라는 비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부당한 것일 수 있듯이, 이번 경우도 ‘고향 챙기기’라는 비판이 이 대통령과 이 의원에게 부당한 것일 수 있다는 걸 믿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믿고 싶다는 것일 뿐, 믿는다는 건 아니다. 공직자들의 권력에 대한 과잉충성과 ‘알아서 기기’ 풍토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풍토에선 권력자 스스로 ‘고향 챙기기’와 관련된 오해의 소지가 없게끔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애를 쓰는 게 옳다.
그러나 지금 비판이 논점은 아니다. 중앙의 지방 분할통치 전략이 논점이다. 대선에서 지방이 지방 의제를 중심으로 단합된 힘을 보인다면, 감히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지방의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게 이 나라에선 ‘수도권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후보일수록 대선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런 이유로 “지방은 당해 싸다”고 말해야 할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예산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주무르거나 그렇게 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예산 배분 시스템이 원흉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부처를 자주 찾아 온갖 인맥을 동원해 호소·읍소해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것이 단체장의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전혀 엉뚱한 일들에 혈압을 올리며 개혁을 논하고 있다. 중앙의 지방 분할통치 전략에 사실상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셈이다. 예산에 대해 ‘혈세’ 운운하며 감정적 대응을 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고, 그 분배의 과정에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들이대는 범국민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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