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 논설위원
유레카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대통령 진영의 정권 인수 작업이 한창이다. 주요 백악관 참모들과 내각 각료들의 이름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선거일부터 취임식까지 77일간, 핵심 자리의 인선을 끝내고 주요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훨씬 전부터 정권 인수를 준비하는 관행은 1976년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 시절에 본격화했다. 카터 이전의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 연방정부나 의회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었다. 카터는 그런 경험이 전무했다. 남부의 작은 주 조지아 지사를 한 게 경력의 전부였다. 그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거 여섯달 전인 그해 5월부터 정권 인수팀을 비밀리에 가동했다. 이 팀에선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그 뒤 모든 대통령은 후보 확정 시점부터 인수 준비팀을 가동하는 게 일반화했다. 1988년 봄 조지 부시(아버지)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만든 인사 준비팀을 이끈 건, 아들인 지금의 부시 대통령이었다.
새 정권의 인수팀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던 시어도어 소렌슨은 이렇게 말했다. “이 흥분된 시기에 대통령 당선자와 참모들은 승자로서 무슨 일을 해도 잘못되지 않을 것이란 유혹을 피해야 한다. 당선 후 첫 100일간 저지르는 많은 실수들은, 결국 ‘나는 모든 문제에 해답을 가지고 있고 어떤 위험도 감수할 능력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새 행정부에 어울리는 충고지만, 올해 초 인수위 시절에 설익은 국정 운영 청사진을 마구 내놓았던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집권 이후 그런 실수들을 깨닫고 고치기보다는 계속 밀어붙이려는 데 있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