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홍준표·박근혜·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네 사람은 요즘 보수·수구 세력의 공적 1호다. <조갑제 닷컴>이나 <노노데모> 등 극렬 우파들의 인터넷 마당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김석기 서울시 경찰청장을 깽판세력 앞에 희생물로 내어놓는다면 … 홍준표·박근혜·원희룡류의 사람들이 대통령을 얕잡아보고 사사건건 반대할 것”이라는 조갑제씨의 글은 그나마 매우 점잖은 편이다. 댓글 중에는 심지어 “역적 3인방”, “한나라당의 빨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조갑제류의 ‘골수 보수세력’이 문제 삼는 네 사람의 최근 ‘역적질’은 용산 참사와 관련한 발언이다. 박 의원은 측근 의원을 통해 “왜 그렇게 (경찰이) 빨리 진압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으며, 나머지 세 사람은 참사 발생 직후부터 김 경찰청장 내정자 문책을 요구했다. 청와대가 ‘선 진상규명’을 방침으로 정한 이후에도 “관리 책임”과 “정무적 판단”을 강조했다.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자기 견해를 분명히 밝힌다는 점에서 이들은 확실히 대중 정치인이다. 시류에 편승해 이른바 주류 견해만 좇거나 일시적인 비난이 무서워 침묵하는 대다수 여당 의원들과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각각 3선과 4선의 원희룡·남경필 의원이 돋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이른바 ‘엠비 악법’ 국회 통과를 총지휘하는 등 큰 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것은 아닙니다”란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또, 박 전대표는 지난해 쇠고기 파문 때 정부의 협상 잘못을 비판한 데 이어 지난달 초 국회 대치 때 여당의 법안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거는 등 중요한 국면에서 자기 몫을 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노선에서 이 대통령과 대동소이하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최대 라이벌 관계여서 운신의 폭도 좁다.
반면, 원·남 의원은 할말을 해야 할 때 거리낌이 없다. 촛불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고, 경찰의 촛불시위 강경 진압에 반대했다. <와이티엔> 사태 때는 구본홍 사장 임명을 정면에서 비판했으며, 사태가 장기화하자 그의 퇴진을 거론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쇄신이 불가피하다”(원희룡 2008년 8월), “지난 10년간 추진한 남북대화는 재평가해야 한다”(남경필 2008년 11월)며 6·15 선언과 10·4 선언의 계승을 주장했다. 미네르바 구속이나 국회 폭력방지법 제정,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두고서도 비판했다.
바른말을 한다고 의원을 잡아다가 족치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당 의원이 청와대 뜻을 거슬러 소신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술자리 등 사적인 자리에서가 아니라 방송이나 성명 등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각자 정치적인 계산이 있을 것이지만, 말의 정치는 아름답다.
한계도 있다. 때때로 말과 실천이 다르다. 남 의원은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날치기 상정에 동참했다. 그즈음 그는 법안의 여당 단독 처리를 반대했다. 원 의원 역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때 소신을 접고 당론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차이 나는 부분은 스스로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원 의원은 지난해 8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때의 행동을 자책하면서 “소신과 행동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두 소장 정치인의 행보를 눈여겨볼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김종철 논설위원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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