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진 한국항공우주 연구원장
과학칼럼
2007년에 개봉된 영화 <선샤인>은 “만일 태양이 사라지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공상과학영화다. 2057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할리우드 영화인데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앞으로 50년 뒤에는 아시아가 우주개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과학계의 전망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배우들을 등장시켰다는 후문이다. 아쉽게도 영화에 한국 배우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런 예견은 정확하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우주개발 전쟁은 이미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연달아 달 탐사 위성과 유인우주선 등을 쏘아 올리며 앞다투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이 자국의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올해는 우리 차례다. 한국 소형위성발사체(KSLV-Ⅰ)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순간 대한민국에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이다.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에 있는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는 발사 준비를 거의 마치고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위성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200여명의 개발자들이 성공적 발사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마무리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위성발사장을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3개국뿐이다. 자국 땅에서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일본, 중국 등 9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소형위성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면 세계 10위권의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성 발사를 시도한 나라들에서 첫 발사에 성공한 비율은 28%에도 못 미치다 보니 아직 성공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우주개발은 실패를 디딤돌 삼아 이뤄진다. 90%가 넘는 위성 발사 성공률을 자랑하는 일본 우주발사체(H2A)도 처음엔 세 번 실패 끝에 네 번째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국민의 따뜻한 격려가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다. 설사 발사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발사 시도 자체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주 발사체에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은 물론 인류의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정신이 담겨 있다.
2006년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우리의 위성 아리랑 2호를 발사하던 순간, 나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과 벅찬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했던 다짐 또한 아직 가슴속 깊이 새겨져 있다. 언젠가는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날이 오도록 하겠다는 엔지니어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 아리랑 2호를 비롯해 10여개 위성들을 다른 나라의 발사장에서 발사해야 했지만 이제 곧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 우주발사장에서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감격적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우주독립국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우주발사체를 저 넓은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릴 때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는 순간, 우주발사체의 추진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 응집된 힘이 위성을 저 먼 우주로 띄워 보내는 것이다. 소형위성발사체의 추진력은 바로 국민의 성원이다. 온 국민의 성원과 희망을 싣고 우주로 향할 우리 발사체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그려본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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