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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줄기세포 연구의 정치학 / 박찬수

등록 2009-03-12 18:47수정 2009-03-12 20:44

박찬수 논설위원
박찬수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란이 또 한 번 불붙은 건 2004년 6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숨진 직후였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사망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알츠하이머나 당뇨, 파킨슨병 등 난치병을 정복하는 데 획기적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1년부터 연방정부 예산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불허했다.

레이건을 떠나보낸 부인 낸시는 “남편과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을 위해 내 모든 걸 다하겠다”며 줄기세포 연구 허용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가 남편 대신 나섰다. 로라의 아버지 역시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과학이 원하는 일과 윤리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구별돼야 한다”며 줄기세포 연구지원 불허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부시는 오히려 이 문제를 그해 11월 대선에서 정치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낙태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가치 전쟁’(Value War)이라 불린 부시의 이 전략은 먹혀들었고,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9일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부시의 정책을 8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오바마는 “이번 결정은 정치적 어젠다와는 관련이 없다. 이념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과학적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반응은 다르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를 지지했던 쪽은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이번에 실천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의학에 윤리적 문제가 더해지면, 이걸 푸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피해갈 수는 없다. ‘황우석 파문’의 상흔이 깊지만, 우리도 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 일 때가 된 것 같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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