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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느티나무 하숙집 / 류인서

등록 2009-05-24 21:54

시인의마을
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

한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

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수많은 길들이 흘러와 저곳에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발빠른 늑대의 시간들이 유행을 낚아채 달아나고

길 건너 유리로 된 새 빌딩이 노을도 데려가고

곁의 전봇대마저 허공의 근저당을 요구하는 요즘

하숙집 문 닫을 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


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틱틱 끌리는 슬리퍼, 런닝구,

까딱거리는 부채, 이런 가까운 것들의 그늘하숙이나 칠 뿐

-시집 <여우>(문학동네)에서

류인서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2001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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