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과학칼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사회의 보편적 발전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과학기술을 통해 인류가 쌓아온 지적 성과들은 공공재에 해당한다. 국민이 낸 세금의 많은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논리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경로가 제품이라는 이윤 추구 방식에만 국한된다면, 과학기술의 최대 수혜자는 제품의 생산·유통 업체가 될 것이며 과학기술의 공공적 가치는 그 의미를 잃고 만다.
지난달에 설립 5돌을 맞은 시민참여연구센터(참터)의 활동은 이런 고민의 바탕 위에서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한 연구자와 주민, 지역 활동가들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이미 30~40년의 역사를 쌓아온 ‘과학상점’(사이언스 숍)이라는 활동을 모델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기술 지식을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풀어내고, 시민의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과학기술이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과학기술 성과의 창출 과정에 일반 시민들도 직접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참터의 고민과 활동의 핵심 영역을 이뤄왔다.
설립 이래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참터의 활동 체계와 내용에서는 여러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그 속에서 큰 흐름을 형성해 온 활동은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 고등학생·대학생들과 함께 해 온 자원봉사 활동, 지역 안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문제해결 활동 등이었다.
다양한 문제해결 활동 가운데 몇 가지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참여한 충남 연기군 어느 공장 근처의 중금속 오염 문제가 그중 하나다. 지역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과 사망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은 중금속 오염과 직접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무책임한 주장만을 내놓았다. 주민들한테는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 상황이 ‘오류 가능성 범위’라는 간단한 통계적 표현에 힘없이 묻혀버린 것이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많은 문제들에서 객관성을 가장한 사회·정치적 논리가 현상의 해석과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 사례였다.
이렇듯 문제들은 생각보다 넓은 영역까지 걸쳐 있고 그에 비해 해결의 실마리는 빈약한 경우가 많다.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고사하고 현상적 대응조차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참터의 활동 역량이 아직 미진한 탓도 분명히 있지만, 그보다 더욱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과학기술과 시민, 또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새롭게 형성되는 ‘돈 안 되는 융합’의 영역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인 대부분이 제대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거나, 수동적 위치에서 지켜보면서 나 아닌 누군가에 의해 성과가 ‘뚝’ 하고 떨어지길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참터의 활동에서 공유의 문제를 고민해 볼 때, 전문가와 일반인 중에서도 더 많은 것을 내놓고 참터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전문가들의 활동 참여가 훨씬 더 부진하다는 사실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참터의 가장 큰 고민이 머무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김민수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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