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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일본 보수언론 / 김도형

등록 2009-09-07 19:56수정 2009-09-14 15:46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자만하지 않고 국민의 승리로 이어가겠습니다.”

선거를 통한 첫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현실로 다가온 지난달 30일 밤 9시40분께 민주당 당사 개표센터.

텔레비전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 승리”라고 목청껏 외쳐도 좋으련만 역사를 새로 쓴 국민들의 선택의 무게 때문인지 끝까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그의 소감은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의를 제대로 실천해 민주당을 장기 정권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승리라는 말로 들렸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에 현장에 있는 것은 기자들에겐 행운이다. 변화보다는 안정과 화합을 중시하던 일본 국민들이 드디어 만년 여당이던 자민당을 저버린 선택의 무게는 기자에게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변화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세력은 자민당과 그 지지자만이 아닌 것 같다. 하토야마 내각에 기대한다는 응답이 70%가 넘는 상황에서도 <산케이신문> 등 일부 보수언론의 총선 이후 보도 태도는 국민들의 선택을 무색하게 한다. 하토야마 대표가 총선 전인 지난달 월간지 <보이스>에 발표한 논문 ‘나의 철학’을 둘러싼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산케이신문은 1일 미국의 시장원리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창한 하토야마 대표의 논문에 대해 미국 내 일본 전문가의 입을 빌려 “너무나 반미적”이라고 공세를 취하며 파문을 확산시켰다. 뒤이어 요미우리신문은 3일 ‘하토야마 논문에 서구에서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토야마 씨는 국가의 전략적인 자세를 소중하게 삼아 일본의 차기 총리로서 신뢰받는 언동이 요구된다”고 비판했다.

산케이신문은 이후에도 ‘3중고 삐걱대는 일·미’라는 제목 등으로 ‘대등한 일-미 관계’를 내세운 민주당의 외교정책에 연일 칼날을 세웠다.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엔 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민주당의 외교 자세가 경기 혼동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의 기사도 이어졌다. 다른 신문들도 시각은 조금 다르지만 논문 파문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위기와 세계 동시 불황으로 미국식 경제질서가 문제가 있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인정한 사안”이라며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 태도는 미국의 시각을 빌려 노무현 정권을 비판한 조동중의 보도 태도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정작 미국 언론은 어떤가. 민주당 정권의 새로운 대미노선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균형 감각은 잃지 않는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 저널>조차 선거 결과에 대해 “(자민당의) 정권 담당 능력이 결여된 데 초조함을 갖고 있던 미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정권 탄생으로) 겨우 공통 목적을 향해서 협력할 수 있는 체제가 생겨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 2만6000엔의 어린이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탈관료정치 등 민주당 매니페스토(집권공약)의 실천 여부도 선거 직후 주요 일간지와 텔레비전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물론 16조8000억엔에 이르는 재원 마련 문제와 공약 자체의 선심적인 성격 등은 검증 대상임이 분명하다. 권력 감시도 언론의 주요 임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제대로 된 정권교체 경험이 없어서인지 일본 언론에는 이른바 ‘허니문’ 기간도 없는 듯 보인다. 비주류 언론계에서는 “정권교체가 돼도 변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대형 언론사들”이라며 “언론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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