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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쿄에서] ‘설명 책임’은 정 총리에게 있다 / 김도형

등록 2009-10-19 20:56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일본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지 지난 16일로 한 달이 지났다.

19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권은 72%의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집권 능력을 의심받았던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의 돈 문제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얼마 전 하토야마 총리를 위한 정치자금모금단체의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허위 기재 문제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에 앞서 민주당 대표 시절 하토야마 총리는 비서가 2005~2008년 4년간 헌금하지 않은 사람을 헌금한 것처럼 꾸며 2117만8000엔을 허위 기재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일본 언론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하토야마 총리의 해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일본에서는 정치인이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경우 법적 책임 문제와 별개로 ‘설명 책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거짓말로 해명했다 들통나면 자리보전이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 오자와 간사장도 지난 3월 정치자금 허위 기재 문제가 드러난 이후 두 달 동안 적극적인 해명을 회피하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보도에 견디다 못해 5월에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1970~1980년대 록히드사건, 리크루트 사건 등 거액의 뇌물사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금권정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정운찬 국무총리의 경우를 보자.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를 제외하고 국내외 기업의 고문을 맡아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뒤 양파껍질 까지듯 거짓말 행진이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정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인 2007~2009년 일본의 정보통신 대기업인 시에스케이(CSK)의 자회사 연구기관(CSK-IS)의 이사로 2년간 보수를 받고 재직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14일 드러났다.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서울대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아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총리 쪽은 “해외강연료 등 1억원 이상 수입이 있어 (청문회 첫날인 21일 아침) 이를 종합소득세로 신고했으며, 연구에 대한 고문활동을 한 것으로 경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탈세와 교육공무원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수 내용과 고문활동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시에스케이 쪽도 정 총리의 보수액과 활동을 묻는 기자의 질문서에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다. 대신 시에스케이 쪽은 총리실에 보낸 자료에서 ‘고문’의 위상에 대해 “회사 경영과는 관계가 없는 직함이며 연구활동에 조언을 하는 역할”이라며 “고문에게는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가 2007년 6월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정 총리가 연구소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언급돼 있다.

정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 16일 사적 모임에서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기관의 수익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역시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사외이사가 아닌 고문활동이라면 그 활동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 의혹을 잠재울 설명 책임은 정 총리에게 있다. 또한 국외 수입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납부했다면 그 구체적 내역 역시 공개 못할 이유도 없다. 적어도 하토야마 총리 정도의 솔직함을 정 총리에게 기대한다.


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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