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골프 경기에서 한 선수가 친 공이 해저드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 다음 플레이가 아주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이때 중계방송 해설자가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말의 깔끔하지 못한 부분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해설이었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술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 또 문장 마지막의 서술어는 한 단어로 끝나지 않고 다른 말이 이어 붙기 쉽다.
해설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해설도 이렇게 끝낼 일이다. 그런데 ‘상황’에 ‘이라고’라는 조사를 붙여 ‘상황이라고’로 한 다음 ‘말씀드리다’를 이어 붙였다. ‘말씀드립니다’로 끝냈으면 차선은 되겠는데, ‘드립니다’를 관형형 ‘드릴’로 만들어 다시 의존명사 ‘수’와 이어 놓았다. 의존명사 ‘수’에 조사를 붙여 ‘수가’로 만든 다음 ‘있습니다’라는 말을 이었다. ‘있습니다’에는 또 선어말어미 ‘겠’을 넣어 ‘있겠습니다’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짧은 문장에 얼마나 많은 굴절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해설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말을 이렇게 쓰기 때문에 깔끔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불명확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말을 이렇게 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말했을 때 오는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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