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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쿄에서] 한국관광 300만 시대 유지하려면 / 김도형

등록 2009-12-21 22:11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일본인 독신남성 도리이 요시히코(38·회사원)는 이달 세번째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 1박3일의 값싼 반딧불여행(3만엔)이었지만 지난주 금요일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한국 여행의 감흥이 묻어났다.

“굉장히 좋았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돼지갈비와 삼계탕 등 일본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 음식도 싸고 맛있었다. 난타 공연도 봤는데 재미있었다.”

지난해 한국 여행 때와 달리 지하철역 표지판에 한자도 병기돼 있어서 지하철 타기도 편해지는 등 관광 인프라의 강화도 한국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한 요인으로 꼽았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그는 외국 여행 때마다 박물관과 고궁 순례를 빼놓지 않는데 이번에도 국립박물관을 들러 한국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한다.

도리이는 한국 관광 첫 300만 돌파 시대를 연 일본인 중 한명이다. 오용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지난 1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올해 부산 화재사건과 신종플루 등 관광 악재가 많았지만 엔강세와 한류 붐 지속, 적절한 관광전략 등이 맞아떨어져 올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가 307만~308만명으로 최종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238만명에서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엔화 약세가 절정이었던 2007년 260만명에서 2008년 238만명, 올해는 160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국관광공사는 추산했다.

대일 무역 역조(지난해 329억달러)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 관광은 홀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 관광 붐은 한국의 문화·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를 낳고 있다. 최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에 대한 친밀감이 6.0%포인트 높아진 63.1%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광공사는 올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여행객 중 한번 이상 방문한 사람이 30~4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 여행 상품도 서울과 수도권 위주인 3만~4만엔대의 값싼 상품 위주에서 다양해지고 있다. 철도를 타고 한국의 주요 관광지를 들러 지역의 특산품을 즐기는 15만엔대의 상품이 처음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 관광 300만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만만찮다. ‘소탐대실’의 상혼은 여전하다. 올해 10월 중순 서울 명동 등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부 호텔의 경우 그동안 적용하던 겨울철(11~12월) 비성수기 요금을 예고 없이 폐지했다. 일본의 관광업계 관계자는 “요금정책을 바꾸려면 최소한 3~6개월 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며 “상도의를 지키지 않으면 300만 시대가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호텔 이용 때 적용되던 부가가치세 면세(10%) 조항이 내년부터 폐지되기 때문에 한국 여행 상품의 단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관광 인프라 구축도 더욱 필요하다. 버스노선표에 일본어 표기가 없어 아쉽다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 또한 서울 등 수도권 이외 지역까지 일본인의 발길을 확산시킬 여지도 무궁무진하다.

더욱 시급한 것은 서비스 질의 개선일지도 모른다. 지난 토요일 오후 중저가 의류업체 유니클로점에서 ‘서비스 강국’ 일본의 진면모를 새삼 경험했다. 계산대의 20대 여성 종업원은 비닐봉지에 옷가지를 넣어주면서 접착테이프를 양쪽에 끝까지 붙이지 않고, 한쪽 끄트머리를 접착테이프 안쪽으로 붙여주었다. 손님이 나중에 봉인된 비닐봉지를 쉽게 열어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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