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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쿄에서] 일본 대학생에게 ‘한겨레’ 알리기 / 김도형

등록 2010-01-11 19:13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혹시 여러분 중에 <한겨레>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지난 7일 오후 일본 도쿄의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주오대(중앙대) 법학과 강의실. ‘한일관계와 저널리즘’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는 이홍천 박사에게서 강연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기자는 일본 대학생이 한겨레를 얼마나 아는지가 우선 궁금했다. 31명 중 1명이 손들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묻자 “한국 유학생”이란 답이 돌아왔다. 실망한 표정을 감추고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국민주 신문 창간 배경과 보도원칙부터 소상히 설명한 뒤 지난 3년간 도쿄 특파원 생활을 되돌아봤다.

“2007년 1월 부임한 뒤 가장 먼저 쓴 특파원칼럼에서 일본 사회를 외부의 시각이 아니라 안으로 파고들어 ‘내재적 접근’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 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취재에 임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초심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성할 점은 많다.”

평소 느끼는 한국 언론의 일본 관련 보도의 문제점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일본인이 보기에 감정적 보도가 많은데 그것은 일본의 청산되지 못한 한국 식민지배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일본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 역시 한국 사회의 변화 양상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파동의 와중에 한국의 여고생이나 주부 등 그전에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계층까지 대거 거리로 몰려나오는 새로운 시위양상이 벌어졌는데 이런 현상을 제대로 분석한 기사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권교체 이후 일본 언론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권력감시라는 이름으로 사사건건 민주당 정권에 딴죽을 걸어 오히려 국민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음도 말했다. 특히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국외 및 오키나와현 밖’으로의 이전 여론이 더 많은데도 미-일 동맹만을 강조하는 체제수호 구실만 충실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강의의 주제이기도 한, 100주년을 맞은 한-일 두 나라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거 없는 미래 없고, 미래 없는 과거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대 어느 때보다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것은 정치나 언론보도의 역할이기보다는 국민의 상호방문 증가와 문화교류 덕분이다. 따라서 양국 언론은 단순히 피상적인 현상보다는 두 나라 국민의 저류를 제대로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강의 초반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다 보니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사장, 시게노부 후사코 옛 일본적군 최고책임자 등 기억에 남는 일본인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웠다. 또한 일본 언론 보도의 부러운 점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학생들과 강의 소감을 터놓고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이 박사가 보내준 학생들의 감상문을 보고 “혼자 떠든 것만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상당수 학생들은 “한겨레의 존재를 알고 놀랐다. 대단하다”는 반응이 많아 약간 겸연쩍기까지 했다.

“한겨레신문사의 성립 자체가 한국의 국민성을 나타내고 있고, 세계의 귀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 출신 학생 두 명은 오키나와까지 가서 후텐마 기지 문제를 다뤄줘 고맙다는 마음도 전했다.

학생들의 감상문을 두루 관통하는 소감은 ‘내재적 접근’과 ‘다양성 확보’라는 열쇳말에 대한 공감대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감상문은 어딘지 모범답안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 아쉬움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기자의 또다른 강연에서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한-일 관계에 관심이 있는 학자나 언론인들의 모임이어서 본격적인 토론과 논쟁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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