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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도쿄에서] 사요나라 도쿄, 3년간 보고 느낀 것 / 김도형

등록 2010-02-22 20:25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귀국 준비를 하기 위해 얼마 전 2주간 서울을 다녀온 아내는 새삼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낀 듯 불만을 늘어놓았다. “길거리에서나 차 안에서나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큰지 모르겠어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무조건 목소리가 커야 내 의견이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상대적으로 느릿느릿한 일본 사회에 익숙해지다 보니, “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경쟁사회 문화가 힘들게 느껴진다고 했다. 작은아이의 대입 준비 때문에 지난 3년간의 도쿄생활 중 절반은 한국에 머물며 수시로 두 나라를 왕복하는 생활 속에서도 아내는 힘들 때 같이 울 수 있는 일본인 친구를 사귄 데 만족한 듯하다. “그럼 당신은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겠네”라고 하자 아내는 “당신은 3년간 꼬박 도쿄에서 생활했으니까 더 힘들걸”이라고 응수한다.

아내의 한-일 비교문화론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005년 1년간 일본 연수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약간 혼란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3년2개월간의 특파원 생활을 끝내고 다음달 돌아가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가지 모습이나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할까?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타인에 대해 배려심이 강하다는 첫인상은 아직도 변함이 없지만 과연 일본은 성숙한 사회인가엔 약간 의문이 남는다.

특히 최근 경기 진행중 음주소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스모계를 떠난 요코즈나(스모의 최고등급 선수) 아사쇼류의 은퇴소동이나, 밴쿠버 올림픽 선수단복을 흐트러진 채 입고 출국했다가 입장식 참석을 금지당한 스노보드 국가대표 고쿠보 가즈히로 선수의 경우를 보면, 집단의 동일성에서 일탈하는 행동을 용서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비관용성이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세계적인 문제를 낳고 있는 도요타 리콜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초일류기업의 극단적인 집단이익추구에 정규직·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사원 개인들의 희생을 강요한 측면도 엿보인다.

지난 16일 한국의 기자협회 격인 ‘일본 저널리스트회의’(JCJ) 신문부회 초청강연에서 일본의 인상에 대해 비슷한 감상을 전했더니 공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았다.

2007년 1월 부임 직후 첫 특파원칼럼에서 일본 사회를 내재적 접근으로 포착해서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겠다고 쓴 적이 있다. 지난 3년간 가능한 한 내재적 접근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만 과연 얼마만큼 일본 사회의 실상을 충실히 전달했는지 자신이 없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는 ‘한국식 관점’을 나 역시 벗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일본이 과거사 청산 문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한국의 관점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8·30 총선 이후 일본 사회도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기존의 관점으로는 전모를 다 파악하기 힘든 유동적 사회로 변했다. ‘콘크리트에서 사람을’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인 민주당 정권도 기존 체제를 대변하는 듯한 거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비틀거려 일본의 정치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상황이다.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일본 사회 접근으로는 더욱더 일본의 실상을 포착하기 어려운 구조로 빠진 것이다. 일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지에 정교한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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