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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연주 칼럼] 젊은 그대

등록 2010-05-16 18:09수정 2018-05-11 15:49

정연주 언론인
정연주 언론인




수십년 조중동을 읽어온 어른 세대와 그런 것에 오염되지 않은 젊은 세대 사이에 참으로 넘기 어려운 큰 간극이 생겨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에서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넓고도 깊다.

얼마 전 이 난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다시 한번 보자. ‘피디수첩 무죄판결’과 관련해 “자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라는 여론조사에서 ‘무죄판결을 내리겠다’는 반응이 50대 이상은 40.6%에 지나지 않았으나, 40대 61.7%, 30대 65%, 20대는 무려 74.7%나 되었다.(‘리얼미터’ 1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에도 엄청난 간극이 있다. 50대 이상이 61.9%로 높게 나온 데 비해 20대 27.7%, 30대 31.4%에 그쳤다.(<매일경제> 새해 여론조사) 그런데 2년5개월 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 투표율은 20대 42.5%, 30대 40.4%, 50대 이상은 59%였다. 50대 이상은 엠비 충성도가 높아진 반면, 2030 세대의 이탈은 상당하다. ‘4대강 사업’ 등 여러 현안에서도 이런 첨예한 간극은 확인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요즘 대학 등 강연 자리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지 않은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김제동·윤도현이 방송에서 쫓겨나버린 ‘희한한 일’, ‘회피 연아’ 동영상을 고발한 유인촌 장관의 ‘웃기는 행태’, 김우룡씨의 ‘큰집 조인트’ 발언에 담긴 코미디 같은 방송장악 실체, ‘빵꾸똥꾸’를 심의·경고한 ‘한심한 방통위’, 여성 취업이 저출산 원인이라며 현모양처 되라고 강조해 놓고 뒤에서는 서울시의회 의원에 출마하는 자기 딸에게 “잘해보라” 격려한 ‘엠비 멘토’ 최시중씨,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의 개콘 풍자까지 간섭하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옹졸 개그, 미네르바·피디수첩·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이 보여준 이 나라 정치검찰의 생얼, 2년 전 촛불 때 머리 숙이며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 들으며 뼈저리게 반성”했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고개를 쳐들며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호령하는 오만한 모습… 2030 세대는 “이런 일들 보면서 참으로 쉽고 단순하게 정치교육을 받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뿐이 아니다. 청년실업 120만명에 청년실업률 10% 돌파, 연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살인적 등록금’, 여기에 2년 반 전에 했던 ‘반값 등록금 공약’ 공중분해, 그래서 대출받아 학교에 다니는 빚쟁이 세대… 이런 현실적 압박이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특히 2007년 10월 이명박 후보 선대위가 발족되면서 ‘경제살리기 특위’(위원장 이명박 후보) 산하에 ‘등록금 절반인하 위원회’까지 설치하고, 선거 참모들이 ‘반값 등록금’ 발언을 수없이 해놓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9일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서 “나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단다. 대학생들은 이런 발뺌에 분노한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22조원의 4분의 1이면 등록금 절반 공약을 지킬 수 있었을 터인데. 그 22조원의 10분의 1이면 의무교육 대상 무상급식이 가능한데, 그렇게 한탄한다.

젊음의 꿈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무한의 상상력과 창의성,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조건인 정치·사회·문화적 자유, 그것이 엠비정권 이후 뒤집어져버리는 꼴을 보아왔고, ‘부자감세’ 등을 통해 한쪽으로 돈이 쏠리고 넘쳐 삼성생명 공모에 현금 20조원이 쏟아져 몰리는 모양을 보면서 지금의 2030 세대는 무엇을 생각할까.

더군다나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에 쏟아붓는 지출의 증대와 부자감세 등으로 인한 세수 감소 요인이 뒤엉켜 나라의 빚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그것은 빚을 내서 지금 흥청망청 쓰는 ‘카드깡 경제’와 다를 게 없는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몫이다.

쉬운 답이 있다. 모든 투표의 현장에서 손끝으로 세상을 바꾸면 된다. 그게 조중동 세대와 젊음의 꿈을 억압하는 비인간화 구조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이며,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다. 온몸을 던지는 엄중한 혁명이 아니라 발랄하게, 신명나게, 축제하듯, 그렇게 경쾌한 기분으로 투표장에 달려가면 된다. 참 쉬운 혁명의 길이다.

정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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