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너 지금 행복하니?” 수시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좀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였다. 고3 땐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 덕분에 ‘행복’했고, 심지어 대학 졸업 뒤 백수일 때조차도 ‘행복’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얼마 전, 내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못난 서른살 노처녀를 구제해준 남편, 엄마의 보살핌보다 더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두 딸과 6년째 복작거리면서 살고 있는데, 불행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엄마로 사는 너 행복해?” 이번엔 질문을 바꿔 내게 물었다. 이유인즉, 최근 <삐뽀삐뽀 119>를 쓴 하정훈 원장과 육아사이트인 ‘베이비트리’(ibabytree.co.kr)를 준비하면서 ‘엄마의 행복’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들의 출산 기피 현상이 육아 자체를 행복한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보았다. 즉, 아기 한 명 키우는 것이 고난과 고통인데, 둘째, 셋째 아이를 낳을 리 만무하다. 저출산 대책이 이런 엄마들의 선입견을 깰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지금껏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변죽 울리기’에만 머물렀다는 느낌이다. 2006년 이후 십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출산율은 제자리걸음이다.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비 지원 등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엄마들은 “저렴하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한탄한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내 대답 역시 “엄마로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엄마로 살기가 힘겹기 때문이다. 두 딸을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면서 육아와 보육의 ‘양극화’를 수년째 체감하고 있는데다 요즘 애들 아빠가 갑작스레 바빠지면서 ‘육아’라는 짐의 무게도 커졌다. 딸들이 다니는 보육시설은 아침 8시에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베이비트리’ 오픈 등으로 바쁜 와중에 6시 ‘칼퇴근’해야 했던 상황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엄마들의 불행은 저출산 대책 안에서 느끼는 ‘양극화’도 한 몫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보육시설이 굳이 필요치 않다. 정부의 각종 보육수당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출산 대책에 민감한 계층은 보육시설 의존도가 높은 생산직·일용직 등 소득이 낮은 여성과 그 가정이다. 최하위 계층에 대한 보육비 지원이 확대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차상위 계층이나 일반 서민이 저렴하게 이용할 보육시설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나를 비롯한 일반 서민들이 정부 대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길 때가 있다. 현재 저출산 대책은 직장을 가진 중산층 주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다시금 저출산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마들을 만나거나, 엄마들이 자주 모이는 카페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국공립·24시간 보육시설 확충, 미취학 아동 전액 무상교육, 가구당 일정액의 보육비 직접지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한국의 출산율은 1.15다. 정부의 목표는 2020년 우리나라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인 1.6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이 두셋을 키워도 엄마들이 행복해한다면 저출산 위기 같은 것은 아예 생기지 않을 것이다.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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