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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임범의 노천카페] 라임과 테킬라에 관한 진실

등록 2010-07-23 21:31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ㅇ씨는 6년 전 뉴질랜드에 갔다가 한 멕시칸바에서 모히토라는 칵테일을 마셔보고는 바로 모히토의 팬이 됐다. 모히토는 럼주에 라임 주스, 민트 잎, 설탕을 넣은 건데 시원하고 신산한 맛과 향이 더없이 이국적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100년쯤 전에 쿠바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인데,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이후라고 했다. 유행의 첨단에 있는 음료인 셈이었다.

ㅇ씨는 서울에 와서도 그 맛을 못 잊어 모히토 만드는 술집을 수소문했다. 두세 곳을 알아내 가서 마셔봤더니 뉴질랜드에서 먹던 그 맛에 한참 못 미쳤다. 왜 그럴까 궁금해 만드는 걸 유심히 봤더니,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뉴질랜드에선 생라임 조각이 잔 안에 가득 담겨 있었는데, 서울에선 생라임을 쓰지 않고 대신 병에 넣어 파는 라임 주스를 쓰고 있었다. 병에 든 라임 주스라는 게 이런저런 향료가 많이 들어간 것이니 그 맛이 생라임을 따라갈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강남의 한 특급 호텔 바에도 갔는데, 거기선 아예 라임 대신 레몬을 사용했다. 라임이 수입이 금지돼 있어서 레몬을 쓴다고 했다. ‘라임이 수입이 금지돼 있다? 남미,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그렇게 많이 먹는 과일을?’ ㅇ씨는 직접 라임과 민트 잎을 사서 모히토를 만들어 보기로 작정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라임을 구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한남동에서 라임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더니 값이 레몬의 3~4배에 달했다. ㅇ씨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뉴질랜드에서 먹은 모히토 맛의 근사치까지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라임 구하기도 힘들고 해서 그 뒤론 만들어 먹질 않았다.

그 뒤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사회가 시끄러웠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도 막 발효됐다. 주변에서 입이 까다롭다는 소릴 자주 듣는 ㅇ씨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걸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면서도, 속으로는 협정이 맺어지면 좋아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과일로 치면 라임 같은 것, 향신료로 치면 사프란 같은 것들을 집 근처 마트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게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계화가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다양화를 쉽게 하는 장점 정도는 있을 거라고 말이다.

술도 좋아하는 ㅇ씨에겐, 라임과 사프란 말고도 가까운 마트 진열대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는 게 또 있었다. ‘100퍼센트 아가베 테킬라’였다. 아가베(용설란)를 쪄서 발효하고 증류해 만드는 테킬라엔, ‘100퍼센트 아가베 테킬라’와 아가베 원액 51퍼센트에 설탕, 시럽, 향료를 섞은 ‘테킬라 믹스토’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테킬라 믹스토만 수입해 팔고 있다. 당연히 테킬라 믹스토는 맛도 떨어지고 뒤끝도 안 좋다.

‘왜 한국에선 라임과 100퍼센트 아가베 테킬라를 구하기 힘든 걸까?’ 열대야에 며칠 잠을 설친 뒤 갑자기 시원한 모히토와, 테킬라에 라임 주스를 부은 마르가리타가 그리워진 ㅇ씨는 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라임은 과실파리 따위의 병충해 때문에 수입이 금지돼 있었다. 단, 하와이, 텍사스, 플로리다, 세 주를 제외한 미국의 나머지 지역에서만 원산지 증명 아래 들여올 수 있게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6톤이 수입됐다고 하는데, 같은 해 레몬이 5174톤 수입된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레몬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뉴질랜드, 칠레에서도 들여올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럼 테킬라는? 아가베 증류 원액에는 섬유질, 펩틴 등의 성분이 많아 다른 증류주에 비해 메탄올 함량이 많은데, 한국의 메탄올 규제 기준이 엄격해서 수입이 못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세계화를 말하고, 열심히 해외여행 다니기 시작한 지 한참 됐는데 아직 한국에서 라임도 못 먹고 테킬라도 못 마신다? 하긴 그게 무슨 대수인가. 라임 대신 레몬 먹고, 질 낮은 테킬라 마시면 되지. 그런데 과연 그런 건가?’ 라임과 테킬라의 소비가 얼마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ㅇ씨는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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