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공개 사과의 목적은 국민의 분노를 줄이고, 용서를 받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리더들’의 사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지만, 오히려 분노는 높아지고, 사과를 한 주체들은 직책은 물론 평판도 잃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사과법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수학만이 아니라 사과에도 공식이 있고 정석이 있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 앞에서 리더들은 과연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정석 1. ‘미안하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사과가 아니다. 유감의 표시이자 사과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후보자가 열 번이 넘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도 분노는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사과의 기본에는 유감의 표시 외에 책임의 인정과 보상책의 제시가 포함되어야 한다.
정석 2. 사과할 때 ‘가정문’은 쓰지 말라. “그게 잘못됐다면 제가 사과를 해야 되겠죠”, “그렇게 돼 있다면 저는 인정하고 싶습니다.” 이는 모두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강기갑, 박병석 의원의 추궁에 마지못해 한 말이다. 사과에서는 ‘만일’ 혹은 ‘만약’과 같은 가정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석 3. 잘못의 크기가 5 정도라면, 보상이나 극복책은 7~8을 제시하라. 유명환 장관은 딸의 특별채용이 문제가 되자,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딸의 채용을 취소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잘못된 딸의 채용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한 것 같다. 그러나 사과에서 자신의 실수만큼만 ‘되돌려 놓는’ 극복책은 여론에 먹히지 않는다. 잘못하고 나서 들키면 그때 ‘그만큼만’ 되돌려 놓겠다는 것인데, 누가 이를 용납하겠는가.
정석 4. 이슈를 자신의 입장보다는 여론의 맥락에서 판단하라. 유 전 장관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슈에 접근하려 했고, 이런 맥락에서 “다만 국민 정서가 이런 식으로 보도가 되니까 당혹스러운데…”라고 반응했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이슈의 핵심은 리더의 ‘염치’였다. 하지만 유 전 장관 쪽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슈를 재단하려는 오류를 범했고, 결국 자신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정석 5. 사과의 수위를 ‘내부자’와 논의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유명환 전 장관은 “…인사라인에서는 오히려 장관 딸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한 걸로 저는 보고받고 있었고…”라고 이야기했다. 장관이 자신의 잘못과 관련해 내부 부하직원과 대책을 논의한다면, “여론을 볼 때 사퇴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간 큰’ 직원이 있을까? 유 장관이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으면 어땠을까? 결국 그는 사과는 했지만, 자신의 실수 앞에서 뻔뻔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자리도 잃는 수모를 겪었다.
진보건 보수건, 지위가 높건 낮건, 동양이든 서양이든, 인간은 살면서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비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유명 여배우 소피아 로렌은 “실수란 충만한 삶을 위해 인간이 지불하는 일종의 ‘과외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크건 작건 인간은 실수나 잘못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잘못 앞에서의 선택이다. 하나는 부인이고 또 하나는 사과이다. 부인으로 시작하여, 거부할 수 없을 때에만 조금씩 사과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은 사과가 아닌 ‘협상 카드’일 뿐이다. 리더의 이런 어설픈 사과는 여론을 악화시키고,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 뿐이다.
필자는 마흔이 넘어 뒤늦게 학교에서 리더의 사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10년 넘게 수많은 위기관리 컨설팅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 앞에서 최고의 ‘궁지 탈출법’은 바로 사과의 기술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필자는 마흔이 넘어 뒤늦게 학교에서 리더의 사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10년 넘게 수많은 위기관리 컨설팅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 앞에서 최고의 ‘궁지 탈출법’은 바로 사과의 기술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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