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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보스턴 스트롱’

등록 2014-04-07 18:45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 현재 보스턴 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구다. 뭐가 ‘강하다’는 것일까?

2013년 4월15일. 보스턴 시내 쇼핑가인 보일스턴 거리에는 제117회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선이 그어져 있었다. 1897년 시작된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4대 주요 마라톤 대회 중 하나로, 1947년 서윤복씨가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것으로 우리에겐 익숙하다.

오후 2시49분. 참가자 2만3000여명 중 4분의 3이 이미 결승선을 지났고, 시민들은 뒤늦게 들어오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서 있었다. 이때 정체 모를 폭발물이 터졌고, 이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260여명이 다쳤다.

사건 발생 닷새 만인 4월19일 저녁 범인을 잡을 때까지 보스턴 시당국은 시민들과 협력하여 테러라는 끔찍한 위기를 잘 극복했으며, 이러한 성공을 상징하기 위해 ‘보스턴 스트롱’이라는 표어가 생겨났다. 보스턴은 어떻게 위기상황에서 강력할 수 있었을까?

첫째, 실행 체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은 이달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 의회가 2002년에 시작한 국가사고관리시스템(NIMS)의 효과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위기사건 현장에서 서로 다른 지역과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위기에 대응하는 일관된 체계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보스턴과 인근 지역, 경찰과 다른 관공서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만나 즉각적으로 협조하는 데 있어 이 시스템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둘째, 리더십과 소통. 보스턴 마라톤 테러의 위기관리를 주제로 케네디 스쿨에서 논문을 쓴 박소령씨는 보스턴 경찰서장 에드 데이비스의 유연한 리더십과 소셜미디어의 효율적 활용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비스 서장은 부임 직후인 2006년부터 ‘커뮤니티 폴리싱’이라는 정책을 강력하게 펼쳤는데, 언론 접촉을 회피하고 수사가 완결될 때까지 소통을 피하며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폐쇄적인 경찰이기보다는, 경찰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들과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보스턴 마라톤이라는 엄청난 테러 상황에서 시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는 2006년부터 홍보 전문가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일레인 드리스콜에게 전권을 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민들과 관계를 쌓도록 했다. 소셜미디어야말로 커뮤니티 폴리싱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유연한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6명으로 구성된 실무진에게 경찰서장이 전권을 주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2006년부터 7년간 위기상황에 잘 훈련되어 있던 보스턴 경찰서 커뮤니케이션 팀은 자체적인 판단 아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케네디 스쿨에서 미국 공무원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위기관리 교육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위기관리 전문가인 아널드 호윗 교수, 더치 레너드 교수, 박소령씨와 이들이 펴낸 보고서와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이 있다. 보스턴의 성공적 위기관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에 따르면 ‘보스턴 스트롱’의 진정한 면모는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는가보다 보스턴시 당국과 경찰서가 테러라는 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어떻게 준비해왔는지에 있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위기관리 준비에 있어 ‘스트롱’한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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