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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한겨레 2.0’

등록 2010-12-29 21:00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뉴스는 본다. 신문은 안 본다.” “신문을 봐도, 뉴스는 다른 데서 본다.”

올해 세 번에 걸쳐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뉴스를 보는 채널을 조사한 결과다. 4월 전국 조사(500명)에서는 텔레비전(62%), 인터넷신문(16%)에 이어 신문(10%)이, 5월 트위터 사용자 조사(305명)에서는 포털사이트(35%), 인터넷신문(26%), 텔레비전(18%), 모바일 (13%)에 이어 신문(6%)이 차지했다. 12월에는 <한겨레> 독자로 범위를 좁혀보았다. 향후 사회는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주도적 구실을 할 30대 독자 100명(서울지역) 대상 조사에서는 포털사이트(40%), 인터넷신문(28%), 텔레비전(21%)에 이어 신문(6%)의 순서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60%가 남성, <한겨레> 구독한 지는 평균 3.8년, 매일 <한겨레>를 읽는 시간은 31.5분이었다. 70%가 화이트칼라, 93%는 대졸 이상이고, 스마트폰 사용자와 월 300만원 초과 소득자가 각각 74%였다.

신문 산업은 궁지에 몰려 있다. 지난 9월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신문’인 <뉴욕 타임스> 발행인 아서 슐츠버거는 “언젠가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최고경영자(CEO) 재닛 로빈슨은 <뉴욕 타임스>는 신문사가 아니라 멀티플랫폼 브랜드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10년 뒤에 종이신문 <한겨레>를 볼 수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75%는 향후에도 <한겨레>를 구독하겠다고 했지만, 69%가 10년 안에 주요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한겨레>의 영향력은 3.76(5점 만점)으로 보는 반면, 2015년 영향력은 3.56이라고 응답했다. 이쯤 되면 ‘한겨레 2.0’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제안을 해보자.

첫째, 종이신문 <한겨레>보다 ‘인터넷 한겨레’를 이미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있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신문의 미래는 인터넷에 있지만, 인터넷신문은 여전히 신문사에서 ‘깍두기’ 신세다. 기업에서 인터넷 부서는 미래 전략을 다루는 곳이지만, 신문사에서 인터넷 부서 배치는 ‘물먹은’ 것으로 여긴다. <뉴욕 타임스>에서 언론 담당 기자로 퓰리처상을 받고, 하버드대에서 언론의 미래를 연구하며 <뉴스의 상실>을 쓴 앨릭스 존스는 신문사가 인터넷을 독립 매체로 인정하고, 인터넷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기자들이 인터넷신문을 독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인터넷한겨레의 훅 섹션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번 조사에서 인터넷한겨레를 이용하는 30대 독자 중 57%가 훅 섹션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인터넷한겨레의 특성을 살린 기획을 계속해나가길 바란다.

둘째, 독자들과의 대화. 조사 참여자 중 72%가 트위터를, 57%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트위터 사용자 중 한겨레 트위트를 팔로하는 사람은 28%에 그쳤다. 새로운 기사를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 외에, 기사나 인터뷰 기획은 물론 기사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데 있어 독자들과 지금보다 활발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겨레>만을 구독하는 사람은 39%인데,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함께 본다는 구독자가 31%, <중앙일보>나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함께 보는 독자들은 각각 21%였다. 30대 독자들이 ‘양쪽’ 이야기를 비교하며 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인터넷은 이런 비교를 더 편하게 만들어줬다. 한겨레 개선을 위한 88개의 의견 중 32개(36%)는 공정보도와 객관성 유지를 꼽았다. 지난 5월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첫 편에서 한겨레가 ‘싸움의 근육’을 가지면서도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해 인터넷 세상엔 더 놀랄 발전이 있을 것이다. 많은 신문들은 더욱 영향력을 잃어갈 것이다. 다른 신문은 안 봐도 <한겨레>는 보겠다는 독자들을 위해 인터넷 세상에서도 더 ‘진보한’ 한겨레 2.0으로 거듭 새로워지길 새해에 기대해본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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