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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세상 바꾸는 도구에 대하여

등록 2011-01-19 21:12수정 2011-01-20 11:36

김호
김호
김호의 궁지
“다시 태어나도 현재 남편(혹은 부인)과 결혼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텔레비전에서 본다. ‘사귀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살아봤더니 더 좋더라’라고 느낀다면 최고다. 결혼뿐이랴. 제품 광고와 사용 경험은 다르기 마련이다. 함께 일할수록 좋아지는 동료나 선후배가 있는가 하면, 반대 경우도 있다.

정치도 그렇다. ‘뽑기’ 전과 후는 다르기 마련이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가서 투표를 한다면?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의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결과는 이렇다. 트위터 이용자 중 ‘이 후보’를 지지했던 27%(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는 재투표할 경우 14%로 떨어진다. 트위터 비이용자 역시 27%에서 16%로 떨어진다. 모두 10%포인트 이상 하락이다.

또한 당시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재투표 기회에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층이 트위터 사용자층에서는 10%에서 9%로 줄어든 반면, 트위터 비사용자층에서는 14%에서 16%로 오히려 올라간다. 장 교수는 2010년 6월 선거의 ‘인증샷 놀이’에 주목한다. “내가 투표한다고 세상이 달라져?”라는 생각을 하던 젊은층이 투표한 자기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서 칭찬받는 것에 자극되어, 인증샷 놀이에 참여했고, 결국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으로 하나의 선거 혁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3년 전, <설득의 심리학>(원제는 ‘영향력’이다)이란 책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로부터 그가 평생 연구해온 영향력의 비밀에 대해 직접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칙을 6가지로 정리했는데, 그중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주위에 있는 비슷하거나 많은 수의 다른 사람들 의견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에 손이 가고, 백만 관객 영화에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책이나 공연 티켓,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전,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어떤지를 살피고 있다.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이제는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살피고 또 영향을 받고 있다.

뉴미디어 연구로 유명한 뉴욕대의 클레이 셔키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에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힘’이라는 흥미로운 글을 실었다. 이 글은 소셜 미디어로 인해 정치인들이 더 큰 파워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 활용 시민들이 더 큰 정치적 힘을 집단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한국의 2008년 수입쇠고기 반대 시위를 들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한국 정치인들이 과연 시민들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일은 가능치 않다. 정치인들이 시민을 무서워하는 경우는 시민들이 집단행동을 할 때이다. 1987년이 그랬고, 2008년이 그랬다. 선거 때마다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의견이 집단으로 표출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치적 기회인 선거는 한때는 부정선거로, 또 최근에 와서는 낮은 참여율로 실질적인 시민의 의견을 나타내지 못했다.

셔키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인류 역사상 시민들의 표현 능력을 가장 극대화시켰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이 헌법 조항을 종이 위에서 실제 현실로 옮겨놓는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다. 진정 ‘힘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래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도구인 소셜 미디어에 대해 선거 전문가가 아닌 우리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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