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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칼럼] 조폭언론 일망타진 2

등록 2011-01-23 19:00수정 2018-05-11 15:41

정연주 언론인
정연주 언론인
1년여 전, <한겨레>에 다시 칼럼을 쓰게 되었다. 첫 칼럼 제목이 ‘조폭언론 일망타진’이었다. 이 글에서 나는 조중동 등 세 수구신문에 종합편성 채널을 줄 경우, 그것은 ‘죽음의 덫’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시장 논리로만 봐도 조폭 체질의 이 신문들이 방송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위법과 온갖 부당·불공정한 특혜로 뭉쳐진 체제여서, 재허가 때 마땅히 허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편성 채널 4개를 허용한 지금, 그 생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시장 논리에서만 보더라도, 그들이 망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의 자연스러운 질서다. 방송은 거대 자본이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전제로 한다. 발전소를 아무나 지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송장비 구매에 거대한 초기 함몰비용(성크 코스트)이 발생하고, 프로그램 제작비도 신문의 경우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방송사 수입의 효자둥이인 드라마, 연예·오락 프로는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대박 프로가 나온다. 든든한 자본력이 필요하다. 그것 없으면 망한다. 노름판과 비슷하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금 방송시장에서 뒷돈이 든든한 방송사는 지상파 3사다. 이미 포화상태인 방송시장에서 이들과 맞서 싸우는 게임의 결말은 뻔하다.

광고시장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003년 봄, 내가 한국방송 사장으로 갔을 때, 당시 지상파 광고시장이 2조7000억원가량 되었다. 그 뒤 지상파 광고시장은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이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거의 2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지상파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시청률 경쟁을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막장 오락프로가 나오게 되었다.

지상파 광고시장에서 줄어든 부분은 케이블 등 뉴미디어 쪽으로 옮아갔다. 그런데 케이블 시장의 광고는 광고시간은 훨씬 긴데, 광고 단가는 지상파 광고의 10분의 1 정도다. 조중동 종편이 진출하는 방송시장은 지상파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바로 이 케이블 세상이며, 그 종편 채널은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을 안테나만 달아서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가구(전체 텔레비전 가구 중 대략 20% 정도)에 조중동 방송은 아예 전달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마이너리그다. 그런데도 광고주에게 지상파와 같은 광고료를 요구한다면 명백한 불공정 거래다. 광고주를 겁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조중동 방송은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맡겨만 놓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바로 이 때문에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종편 채널이 하나만 생겼어도 지상파와 경쟁하기가 힘겨운 조건인데, 하나도 아니고 4개나 생겼으니, 그들이 생존을 위해 어떤 조폭적 몸부림과 해악을 끼칠지 불을 보듯 훤하다.

케이블 채널에서 지상파 방송 바로 이웃에 있는 황금채널을 달라, 중간·간접 광고와 광고 직접 영업, 의약품 광고 허용 등 각종 특혜를 달라, 케이블 채널에 반드시 조중동 방송이 나가도록 하는 ‘의무 재전송’을 해야 한다… 각종 특혜 품목이 끝이 없다. 거기에다 지상파 방송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편성 비율(뉴스, 교양, 오락 프로그램 비율)과 자체 제작· 외주 제작 비율, 외국 프로그램 방송시간 제한 등이 조중동 종편 채널에 적용되지 않을 게 뻔하다. 적용하면 죽기 때문이다. 또다른 부당·불공정 행위다. 그런 규제가 없어지면 저질 오락 프로그램의 막개발로 방송이 저질화, 황폐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제작비 부담 때문에 싸구려 외국 프로그램도 홍수처럼 밀려오게 된다.

자본주의 시장에 맡겨 두면 당연히 망하게 되어 있는 그 시장 조건을 조폭적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이처럼 온갖 것이 황폐해져 버린다. 무엇보다 가장 황폐해지는 것은 수구언론이 신문뿐 아니라 방송까지 장악하게 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이 말살되는, 민주주의 토양의 황폐화다. 어찌해야 되겠는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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