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일남
공을 잘 차 이쁜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세계화와 축구를 통한 행복을 나누기 위해 제이에스 파운데이션(박지성재단)을 세웠다. 말수가 적은 만큼 속이 깊어 뵈던 그의 결단이 장하고 슬겁다.
재단은 ‘아시안 드림컵’이라는 이름의 첫 사업까지 아울러 발표하고 나섰다. 6월15일 베트남에서 여는 이 대회는 이청용, 기성용과 일본의 은퇴한 축구영웅 나카타 히데토시도 참가하는 자선경기인데, 5년 전에 갑자기 절정의 인기를 마다하고 세상을 주유하던 나카타의 등장이 반갑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 이전의 변신이 아주 신선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괴짜가 좋다.
박지성은 환경이 어려운 유소년 선수를 위한 장학금 지원이나 모금 행사도 펼칠 모양이다. 그만한 다짐으로 축구인생의 또다른 출발점을 삼고 종점을 지향한댔으니 남은 선수생활이 더더욱 불을 뿜을 것 같다. 그 바람에 국내의 열성팬이 덩달아 잠을 설치고, 이름 앞에 ‘써’(Sir, 卿)까지 붙는 퍼거슨 감독이 질겅질겅 껌을 씹다 말고 벌떡 일어서는 장면을 훨씬 자주 목격할 터이다.
근래의 한국 축구는 지난 연말의 ‘카타르 아시안컵’을 전후하여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유럽파가 어느새 열 명으로 늘었다. 젊디젊은 그들의 앞날은 아직 미지수다. 그보다는 3월 초부터 시작하는 코리안리그의 각개약진이 중요하리라.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싸움이 짜릿하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프로야구의 봄은 한동안 일본의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한 박찬호와 이승엽의 투타에 관심이 쏠릴 듯하다. 기어코 선발투수를 따내려는 ‘코리안 특급’과 요미우리의 설움을 딛고 명예회복을 작심한 ‘국민타자’의 막판 솜씨에 대한 기대가 대단한 까닭이다. 근성의 ‘풍운아’ 김병현이 또 같은 퍼시픽리그인 라쿠텐에 영입되어 판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그는 야쿠르트의 임창용과 비슷한 사이드암스로다. 그래서 마무리로 기용할 수도 있겠으나 어려운 주문일 게다. 3년간의 공백을 생각하면 중간계투로 머물 공산이 커 백전노장 호시노 신이치 감독의 선택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티브이 앞에 앉는 시간이 많게 생겼다. 지바 롯데의 김태균을 포함한 세 투수 두 장타자의 열전이 때로는 한국 선수끼리 맞짱을 뜨는 양상으로 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프로스포츠의 기본은 돈이다. 하지만 관중은 선택된 직업선수들의 높은 기량과 필사의 열정에 감응하며 고단한 일상을 위로받기도 한다. 지난주 은퇴한 호나우두의 눈물어린 고별사에 브라질 대통령은 말했다. “국민은 당신이 준 행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축구의 나라다운 정경에, ‘워털루 싸움은 이튼의 운동장에서 이겼다’는 웰링턴 장군의 영국적 스포츠맨십 자찬 생각이 난다.
사람들의 경기 관전법은 물론 저마다 다르다.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않고 고품격의 경기 수준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부럽거늘 나는 잘 안된다. 엘에이(LA) 다저스 시절부터 박찬호를 따라다니며 미국의 MLB를 영상으로 익혔다. ‘추추 트레인’이라는 애칭이 그럴싸한 추신수가 출전하지 않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합은 아예 묵살했다. 그런 추신수가 이제는 홀로 남아 맹타 준족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 스모 역시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가스가오’(春日王·김성택) 때문에 본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3년 전인 인하대학 3학년 때 ‘통일장사’를 거쳐 스모 쪽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오직 실력만으로 서열을 매기고 돈과 명예를 안기는 스모사회의 ‘세키토리’로 활약중이다. 미국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거급인데, 그만큼 형편이 펴 인천의 홀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린 효자 리키시(力士)다. 아직 총각이다.
각종 프로스포츠에서 대성한 강골은 대개 역경을 뚫고 꿈을 키운 사람들이다. 유럽 축구에 아프리카인이 많고, 미국 메이저리거의 상당수가 카리브해 지역의 섬나라 출신인데, 그런 사정은 각 나라가 다 어슷비슷하다. 웬만한 삶을 헤적이면 슬프지 않은 구석이 없는 내력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을까. 봄의 운동장에서나 박제된 감동을 찾을까. 소설가 최일남 <한겨레 인기기사> ■ 무장 시위대, 트리폴리 ‘동-서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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