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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위기 예방? 안 되는 이유!

등록 2011-03-09 20:08

김호
김호
위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도 없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나쁜 소식도 있기 마련. 위기에 대한 연구와 컨설팅을 하는 내게 ‘나쁜 뉴스’는 최고 관심사이다. 왜 안 좋은 일이 발생하고, 증폭되며, 재발하는지, 예방할 수는 없는지,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다룬다.

평생 한 번도 아프지 않거나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없듯, 여러 사람이 일하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위기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자기 몸이나 정신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조직 내외부의 실수나 잘못을 예방하고 통제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인,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 연예인, 교수, 외교관 등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는 ‘나쁜 뉴스’를 하루도 빼지 않고 접한다.

“일이 꼬일 수만 있다면, 반드시 꼬이게 되어 있다”로 요약되는 머피의 법칙의 근원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많이 알려진 것은 미국 공군 머피 대위 이야기다. 그는 배선 잘못으로 조종사들을 위한 실험이 실패하자,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뭔가 하나 잘못될 확률이 있을 때, 꼭 그 잘못된 일이 일어난다고 푸념을 했고, 이를 옆에 있던 사람이 매뉴얼에 적어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재수 없는 일’이 생기면 머피의 법칙을 들먹이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 법칙은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1967년 1월 아폴로 1호가 발사대에서 불이 나, 우주인 3명이 사망했던 적이 있다. 미국 상원 청문회에 우주비행사 자격으로 출석했던 프랭크 보먼은 화재 발생 이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에서 ‘상상력의 부재’ 때문이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비행 중 일어날 수 있는 화재 상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지만, 누구도 지상에서의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미리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나쁜 뉴스’의 경우를 상상해보고, 이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조처를 미리 취하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이슈를 무시하는 것은 위기를 초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이슈란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된 문제점을 말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맥스 베이저먼 교수와 유명 리더십 컨설턴트 마이클 왓킨스는 “우리 조직에 현재 예상 가능한 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기적으로 대답해보는 것만으로도 위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위기가 터지면 드는 막대한 돈과 노력에 비해 이와 같은 예방 수칙은 매우 간단하며 비용도 훨씬 덜 들지만, 선진 기업을 제외하고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뉴스를 미리 생각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때로 위기로 발전 가능한 잠재 이슈를 발견하더라도 대개 입을 다문다. ‘괜한 소리’ 한다며 조직 내 경쟁자들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베이저먼과 왓킨스가 지적했듯, 위기를 예방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쓴 사람들보다는 위기가 터진 다음 수습하는 사람들이 보통 조직 내에서 더 인정을 받는다. 따라서 예방 활동은 보통 ‘정치적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질병이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나 정책이 사후에 치료하거나 조처를 취하는 것보다 늘 밀리는 이유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가 있기는 하다. 리더의 의지다. ‘정치적’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는 위기 예방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서는 리더가 직접 챙기는 수밖에 없다. 리더십 전문가 워런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리더가 챙겨야 할 세 가지 중 하나로 위기를 꼽는다.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이슈’를 무시하고 ‘위기’를 기다리는 리더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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