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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스트라이샌드와 강용석 효과

등록 2011-06-20 19:09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궁지에서 탈출하려면
제대로 된 도구가 있어야 한다
엉뚱한 도구는 일을 그르친다
공인의 실수나 잘못은 종종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반면교사가 된다.

1. 스트라이샌드 효과: 미국이 낳은 가장 성공한 엔터테이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2003년 사진작가인 케네스 애덜먼과 픽토피아닷컴을 상대로 무려 5000만달러의 소송을 건다. 그들이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찍어 인터넷상에 공개한 사진 1만2000장 중에 자신의 저택이 포함되었고, 이는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소송은 실패했을 뿐 아니라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소송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를 모르던 수십만명이 몰려들어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을 더 주의깊게 보고 이 사진이 더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관련 블로그 ‘테크더트’의 블로거인 마이크 매스닉은 소셜미디어상에서 특정 뉴스를 삭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뉴스를 더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부르는 현상을 두고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이름지었고, 이후 널리 쓰이게 되었다.

과거 정부와 기업은 가판 신문 모니터링을 통해 맘에 들지 않는 기사를 ‘삭제’하려는 ‘뺄셈’의 기술을 썼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 부정적 기사는 그대로 두고, 자신들의 입장을 더하는 ‘덧셈’ 방식이 나을 때가 많다. 삭제 시도가 더 큰 반발과 집중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 강용석 효과: 지난 5월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여대생 성희롱과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무소속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의결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강 의원은 헌정사상 윤리 문제로 퇴출되는 첫번째 국회의원이 된다.

1년 전 이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중앙일보> 심서현 기자는 “성희롱 발언보다 더 나쁜 것은 강 의원의 거짓말이다”라고 했고, 시인 김민정은 <한겨레> 칼럼에 “(잘못으로 인해 만들어진) 빨간 얼굴을 제 빛으로 돌리기 위한 가장 빠른 색칠공부는 발 빠른 인정일 것이다”라고 썼다.

강 의원의 사례는 자신의 잘못 앞에서 ‘법정의 논리’로 여론을 대할 때 어떤 역효과를 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법정에서 피고인은 상대방이 증거를 들어 유죄를 밝힐 때까지는 무죄를 주장할 수 있으며, 따라서 부인은 중요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론이라는 ‘또다른 법정’에서 이러한 논리는 역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그는 사건 초기부터 철저하게 부인했으며, 특종 보도를 “신입 기자가 쓴 첫 기사”라고 깎아내렸고,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정정 보도까지 요청했지만, 결국 무고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실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학생과 아나운서, 기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인 강 의원은 법정에서나 쓸 법한 부인과 반박 논리로 여론에까지 대응하는 우를 범했다. 필자는 이처럼 여론을 법적 논리로 대응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현상을 ‘강용석 효과’라고 일컫는다. 강 의원의 사례를 놓고 대검의 한 관계자조차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졌을 수도 있다 …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일을 키운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한때 실수나 잘못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궁지에서 탈출하려면 제대로 된 도구가 있어야 한다. 엉뚱한 도구는 일을 그르친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잘 작동하던 ‘부정적 뉴스의 삭제’라는 도구가 인터넷에서 먹히지 않고, 법정에서는 효력을 발휘하는 ‘부인’이라는 도구가 여론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 스트라이샌드와 강용석 효과가 부디 우리 사회의 반면교사로 작동하기를 바라본다.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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